중국 외교부의 ‘거친 입’ 5년 만에 떠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44·사진) 대변인이 주영 중국대사관 공사에 내정돼 조만간 대변인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신경보(新京報)가 6일 보도했다. 2005년부터 5년간 ‘중국의 입’ 역할을 해온 친 대변인은 3명의 외교부 대변인 중에서 민감한 현안에 대한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강성 발언을 쏟아내 ‘거친 입’으로 유명했다.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일 한미 동맹에 대해 “냉전시대의 유산”이라고 발언해 외교적으로 결례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티베트문제, 대만 독립, 미중 관계 등 중국의 국익과 관련된 민감한 국제 현안에 대해선 연거푸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의 성화 봉송 와중에 프랑스 등지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을 놓고 외신들과 날카롭게 대립하기도 했다. 당시 한 외신 기자가 “중국이 조직을 동원해 불장난을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자 그는 “중국은 불장난을 하지 않는다. 누구도 자극하지 않는다. 굳이 불과 관련이 있다면 우리는 올림픽 성화를 높이들뿐”이라고 받아쳤다.

지난해 일본 언론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 정은의 극비 방중설을 보도하자 “007 소설 같은 얘기”라며 일축한 적도 있다. 이런 발언들은 외신들로부터 “오만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은 “개혁개방 30년으로 급속한 경제 성장을 하면서 드높아진 중국의 위상에 걸맞게 할 말을 한다”며 호평했다. 국내외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던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업무가 폭증함에 따라 3명의 대변인 체제를 앞으로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친 대변인의 후임자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신문사장(국장)을 겸하고 있는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온화한 스타일이며, 장위(姜瑜) 신문사 부사장은 여성 대변인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