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맞댄 네타냐후·압바스 1년 내 ‘중동평화 협정’ 이룰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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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2명의 귀빈을 초대했다. 중동 평화의 열쇠를 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다.

수십 년간 충돌해 온 양측이 평화협상을 위해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이들은 이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등장, 순조롭고 결실 있는 중동평화 협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2008년 12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20개월 만이다.

오바마는 이번 협상이 가시적인 결실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팔 당사국 외에도 중재를 맡았던 이집트·요르단의 정상들도 초대했다. 오바마는 전날인 지난달 31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각각 따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들 5개국 정상은 향후 1년 내에 이·팔 간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2일에는 네타냐후와 압바스가 직접 양자협상에 들어갔다. 이·팔 양측은 이달 중순과 하순에도 유엔총회 등에서 머리를 맞대고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착촌, 팔레스타인 국경 설정 등 적지 않는 난제들로 앞날을 낙관만 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성공에 대한 회의론 많아=이·팔 평화협상의 성공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회의론이 우세하다. 이스라엘과 아랍권 언론들은 이번 협상을 ‘부모에 의해 강요된 결혼’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포스트는 “차를 타고 15분만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1만㎞나 떨어진 ‘아버지의 집(워싱턴)’까지 여행해야 했다”며 “부모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이 성사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이집트의 이집션 가제트는 사설을 통해 “수십 년간 표류해온 평화협상이 성공할 것으로 믿는 것은 환상”이라며 “오바마가 중동평화 협상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2007년 미국에서 1년 동안 벌인 이·팔 간 평화협상이 결국 실패한 것도 커다란 입장 차 때문”이라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오바마의 평화협상에 대한 강한 의지”라고 말했다.

◆이·팔 협상의 주요 쟁점=이처럼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건 지루하게 끌어왔던 해묵은 난제들과 관련, 이·팔 양측 간 이견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없는 탓이다.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조치의 연장 문제에 대해 팔레스타인은 정착촌 건설이 재개된다면 평화협상이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에서는 건설 재개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앞으로 확정될 이·팔 간 국경선을 어떻게 조율할 건지도 첨예한 문제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 이전의 국경선 밖으로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스라엘은 서안 지역에 건설된 정착촌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이스라엘의 점령지 중 하나인 동예루살렘에 대해서도 양측은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고향에서 쫓겨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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