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으로 과학 실험도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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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KIST를 견학 온 학생들이 동시에 여러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자 수면 위에 물결이 퍼지고 있다. [KIST 제공]

이런 터치 스크린 ‘마법’이 조만간 현실로 다가온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박지형 박사팀은 175㎝(70인치) 크기 초대형 화면의 30여 곳을 손가락이나 필기도구 등으로 동시에 눌러도 화면이 이를 다 감지해 작동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섰다. 세 곳 이상의 다중 접촉 방식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디지털 교과서를 이 기술과 접목해 지난달부터 교사 연수용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박 박사팀은 여러 업체와 기술이전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이런 기술은 아직 국내외에 나온 것이 없다.

디지털 TV 등의 테두리에 적외선 센서를 설치하고 적외선을 쏜다. 그러면 여러 곳을 동시에 터치해도 적외선이 끊어진 곳을 알아내 인식한다.

원리는 이렇다. 기존 디지털TV 테두리 전체에 적외선 센서를 붙인다. 그러면 화면 위로 촘촘한 그물처럼 적외선 망이 형성된다. 여기에 손가락으로 화면을 짚으면 적외선이 가려지고, 그 가려지는 지점을 컴퓨터가 인식한다. 그런 뒤 원하는 동작을 한다. 화면을 늘리거나 화면에 손가락을 대면 물결이 일어 퍼져나가는 등 상황에 맞는 동작을 하는 것이다. 적외선을 화면 테두리에 장착하는 방식이라 어느 디지털식 화면이든 다 활용할 수 있다. 화면 크기에 제한도 없다.

스마트폰처럼 작은 화면의 터치 스크린은 압전식이나 정전기식이다. 압전식은 화면을 누르면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손가락이든 막대기이든 상관이 없다. 그러나 아이폰처럼 정전기식은 정전기를 발생하는 손가락이나 특수 펜이 아니면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두 방식 모두 크기도 75㎝(30인치) 화면을 넘기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에 적용한 다중 접촉 방식은 화면이 1초에 30번 바뀐다. 영화를 보듯 자연스럽게 화면이 바뀐다. 응용 범위도 넓다고 한다. 3D(3차원)이면서도 그 화면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터치하며 작동할 수 있는 전자칠판이 나오게 된다. 어려운 과학 실험도 학생들이 한꺼번에 나와 협업을 하며 가상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이런 디지털 교육 외에 옥외광고 시스템, 각종 전시장 안내판 등에도 쓰일 수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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