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매상 30만원 강남 노점상 500만원 건네고 단속 1년 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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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999년부터 서울 대치동의 한 노점에서 떡볶이·어묵·순대 등을 팔던 오모(41)씨. 하루 평균 약 30만원의 꽤 짭짤한 매상을 올려온 그는 2008년 걸림돌을 만났다. 구청 가로정비팀에 새로 온 공무원 최모(54)씨가 수시로 단속을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씨는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지하철역 주변에 화물차를 세워놓고 음식을 팔아왔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 됐다. 수차례 단속에 걸린 오씨는 최씨에게 뇌물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오씨는 지역 상인회 간부들을 통해 그해 11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최씨에게 500만원을 건넸다. “내가 운영하는 노점을 1년 동안 단속하지 말아 달라”는 조건을 붙였다. 오씨는 한 해 1억원 가까운 매상을 감안할 때 500만원은 그리 큰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박용호)는 오씨와 돈 전달에 관여한 상인회 간부 3명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음식을 팔아온 오씨에겐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공무원 최씨는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씨는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오씨를 비롯한 지역 상인 4명으로부터 일곱 번에 걸쳐 모두 930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수사 결과 최씨는 노점상 단속 업무를 맡은 지 2개월이 지나서부터 뒷돈을 챙겼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1년 가까이 지속된 최씨의 비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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