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장 누빈 첫 여성 종군기자의 용기 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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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종군기자 시절 마거릿 히긴스. [외교통상부 제공]

6·25전쟁 당시 전장을 누볐던 미국 종군기자 고(故) 마거릿 히긴스에게 한국 정부가 외교훈장 흥인장(2등급)을 추서한다. ‘드레스보다 전투복이 잘 어울리는 여성’으로 불렸던 히긴스 기자는 6·25전쟁 당시 여성으로서 처음 종군기자로 활약했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6·25에 이어 베트남전과 콩고내전 등을 취재하다가 열대 풍토병에 걸려 1966년 1월 3일 45세로 생을 마감했다. 유해는 워싱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한국 정부는 6·25전쟁을 취재하며 히긴스 기자가 보여준 용기를 기리기 위해 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외교통상부 김영선 대변인은 “당시 전쟁의 참상과 한국군의 감투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 자유수호를 호소한 공로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도쿄 특파원이던 히긴스는 6·25전쟁이 터진 지 이틀만에 한국으로 건너와 6개월 동안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한 각종 전투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녹인 저서 『자유를 위한 희생(원제 War in Korea)』(코러스)는 그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겼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히긴스는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퓰리처상 수상자가 됐다. 그 해 미 신문기자단은 그를 ‘올해의 여성’으로 뽑았다. 히긴스는 미 전역을 돌며 “한국을 도와야 한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저서에서 “한반도에서 우리는 준비하지 않은 전쟁을 치르며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승리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할 때 치러야할 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할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히긴스는 50년 8월 23일자 기사에서 경상남도 통영 상륙작전을 승리로 이끈 한국해병대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보도하며 “그들은 귀신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용감했다”고 썼다. 대한민국 해병을 표현하는 ‘귀신 잡는 해병’이란 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히긴스의 유족에게 훈장을 전달한다. 이를 받기 위해 히긴스의 딸 린다 밴더블릭(51) 박사와 손자 오스틴(20)이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초청으로 31일 한국에 도착했다. 밴더블릭 박사는 미국 남플로리다 대학에서 상담심리학 조교수를 맡고 있으며, 손자 오스틴은 기업체 홍보분야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5박6일 동안 한국에 머물며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고 6·25 당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던 낙동강전투 재현행사에 참전용사들과 함께 참석한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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