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패전은 거듭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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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통합예선 결승>
○·니우위티엔 7단 ●·한상훈 5단

제 8 보

제8보(73~89)=한상훈은 바둑계에선 첫손 꼽히는 ‘말 없는 사나이’다. ‘침묵’하면 이창호 9단이 떠오르지만 한상훈 5단은 그 수준을 조금 넘는 것 같다.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한국리그 관계자에 따르면 “그렇게 죽어라고 말을 안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것.

75로 씌운다. 그러나 니우위티엔이 76, 78로 반격하자 더 이상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은 바둑이 잘 풀리지 않는다. 그래도 한상훈의 표정은 거의 변화가 없다. 양같이 순한 인상에 가끔 살그머니 미소가 감도는 그 표정 그대로다. 여기서 ‘참고도1’ 흑1로 잡으러 가는 것은 자살행위. 백6까지 전혀 힘쓰지 못하고 잡힌다. 결국 79, 81로 물러나지 않을 수 없다. 82까지 하변이 백의 수중에 크게 들어갔다.

‘참고도2’를 보자. 하변 싸움이 시작될 때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흑이 조금이라도 더 발언권이 있는 모습이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패전이라고 할 만하지 않은가. 한상훈은 83으로 씌워 중앙 백 대마의 포위 공격에 나선다. 그렇다. 결국 이것이다. 이 공격이 성공한다면 그동안의 자잘한 패전은 모두 용서가 된다. 침묵의 한상훈이 한일자의 입을 더욱 꽉 닫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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