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던져준 인센티브에 기업인들 화끈하게 반응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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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의 개발경험은 고도로 보상탄력적인 기업가정신의 공급으로 집약된다.”

사공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사진)이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60년사 국제콘퍼런스의 기조연설을 하면서 쓴 표현이다.

‘보상탄력적’이란 정부가 마련한 보상 시스템에 기업가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의미다. 정부가 인센티브 시스템을 잘 만들었고, 이에 기업가들이 ‘화끈하게’ 반응한 덕분에 경제 도약이 가능했다는 거다. 유인체계에는 금전적 보상과 함께 비금전적 보상까지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이를테면 대기업에 저리의 수출금융을 지원하는 게 금전적 보상이라면, 기업인을 사면하거나 수출을 많이 한 기업을 표창하고 격려하는 것은 비금전적 보상이다.

사공 위원장은 또 유교문화를 경제성공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유교문화에는 본질적으로 기업가정신이 결여됐으며, 이것이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저개발·저성장의 원인이라고 비난 받던 시절이 있었다”며 “그러나 한국과 동아시아가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두자 많은 이가 그 원인을 유교문화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유교적 문화요소가 보상체계를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촉진했다는 얘기다.

사공 위원장은 1990년대 말 한국이 겪은 외환위기에 대해 “정책 담당자들이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의 예측에 실패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말해 준다”며 “당시 정부는 급속한 세계화, 특히 금융시장의 세계화 추세에 잘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라는 충격요법을 통해 한국경제는 분야별 구조조정을 유연하고 신속하게 실용주의적으로 실시했고, 덕분에 한국경제의 저력을 키워 당면한 세계경제 위기를 어느 나라보다 빨리 넘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 60년사 편찬은 G20 서울 정상회의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이 주도하는 개발 의제는 단순히 원조로 빈곤을 퇴치하는 차원이 아니라 개도국의 경제개발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공 위원장은 “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에 맞춰 60년사를 정리한 최종 책자를 출간할 예정”이라며 “한국의 정책담당자들은 물론 개발도상국 공무원도 한국의 성공사례뿐 아니라 실패사례를 통해서도 교훈을 공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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