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협력사 돌며 융자·납품가 애로 즉석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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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인천 남동공단을 방문해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한화 제공]

지난 2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공단에 위치한 제일정밀㈜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찾았다. 김 회장은 제일정밀 김흥곤 대표이사를 비롯한 직원들을 만나 협력업체로서 겪는 각종 애로사항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김흥곤 대표는 최근 공장 부지 매입과 건물 신축 용도로 엔화 차입을 한 뒤 환율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자 김 회장은 즉석에서 차입금 증가분에 대한 무보증 융자를 지시했다. 김 회장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한화의 협력업체는 단순히 하도급 업체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가족이고 동반자”라면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가장 가까운 파트너이고 서로 도와서 상생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일정밀 방문을 마친 김 회장은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협력업체 보성테크놀로지를 찾았다. 이 회사는 1969년부터 ㈜한화에 왁스 코팅지와 종이 상사를 납품하는 오래된 협력 업체다. 김 회장은 보성테크놀로지로부터 최근 펄프 가격이 급등했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국제 펄프 가격 추이에 따라 납품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이날 남동공단 방문은 최근 한화그룹이 벌이고 있는 중소 기업과의 상생협력에 대한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한화는 그룹 경영 이념 중 하나인 ‘신뢰’를 실천하고 협력사에 상생 파트너라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김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1000여 개 중소 협력사와 ‘상생협력 기반 조성과 자율적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는 100억원 규모의 상생 협력 펀드 조성이 발표됐으며, 현재 한화그룹은 중소기업의 중요 현안인 결제대금 지급의 현금 비율을 최대 100%까지 확대하고 결제 기간도 크게 단축한 상태다.

지난 5월 1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는 남영선 ㈜한화 대표이사와 한화의 77개 주요 협력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화·협력회사 상생협의회’가 열렸다. 올해 두 번째인 이날 모임은 ㈜한화 대표이사를 협의회장으로 77개 협력 회사 대표들로 이뤄져 있다. ㈜한화와 협력회사 간 공동체 의식 형성, 성과 공유, 기술력 제고를 통한 경쟁력 향상은 물론 ㈜한화와 협력회사의 공동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의 모임이다. 이 자리에서 협력업체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보성산업공사 홍기석 대표는 “지난 40년간 ㈜한화와 함께해 온 신용과 의리의 상생 경험을 더욱 발전시켜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한화건설(대표 이근포)도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을 위해 2002년부터 9년째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열고 애로 사항을 듣고 있다. 한화건설은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09 건설협력 증진 대상’에서 국토해양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화케미칼은 원부자재 구매대행(공동구매)을 통한 원가절감, 태양광 등 신사업 분야 관련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지원, 협력사의 고충 전담 창구 운영 같은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대한생명의 중소기업 상생협력 프로젝트인 ‘우리들의 행복한 일터 만들기-우·행·터’도 관심을 끌고 있다. ‘우·행·터’는 기업체·병원 같은 단체 기업 고객이 요청하면 대한생명의 고객만족(CS) 전문강사가 무료로 고객 만족 교육을 해주는 서비스. 2008년 3월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140여 개 고객사에서 모두 1만3000명이 교육을 받았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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