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미국 쌍둥이 적자 위험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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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올해 재정적자가 이라크 추가 전비 800억달러를 포함해 42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적자도 1년 전보다 17.9%나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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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이에 대해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세계 경제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커지는 '쌍둥이 적자'=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부시 행정부 1기 들어서면서 급격히 늘었다. 2002년에 1580억달러에서 지난해엔 4120억 달러로 급증했다. 백악관 측은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적자를 키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막대한 전쟁비용이 꼽힌다. 미 의회가 조만간 추가로 800억달러의 전비 지출을 승인하게 되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및 사후관리에 투입되는 예산은 올 한해 동안 1050억달러에 달하게된다.

2001년 말 이후 두 전쟁에 투입된 전비만 모두 3000억달러에 육박한다. 미국이 베트남전쟁때 투입한 6230억달러(현재 가치로 환산)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적극적인 감세를 통해 경기를 진작시켜온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도 재정적자를 키운 요인 중 하나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1조~2조 달러, 세제개혁에 1조8000억달러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 같은 재정적자로는 경제가 버틸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폭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의 적자 폭은 6099억 달러로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중국.일본.한국 등 대부분 국가와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미국의 공격적인 통상 압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도전받는 글로벌 경제=유엔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세계 경제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며 "올해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지목했다. 유엔은 25일 발간한 '2005년 세계 경제상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더 이상 거대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진단했다.

미국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 위안화의 재평가 압력과 주요 무역 상대국에 통상 압력을 넣고 있으나 "미국의 생각보다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 유엔의 경고다.

보고서는 "달러 약세가 미국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외국 수입상품들에 대한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지만 더 이상의 달러하락은 중국과 유럽의 성장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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