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폰’ 350대가 중국 쥐락펴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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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공산당의 내부를 파헤쳐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된 『당(The Party)-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비밀 세계』가 홍콩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리처드 맥그리거 편집부국장이 올여름 펴낸 이 책은 중국 공산당의 운영 원리와 구조, 비밀주의 문화 등을 다루고 있다.

맥그리거는 2000~2008년 FT의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중국의 정치 시스템을 집중 보도했다.

저자의 풍부한 중국 취재 경력에 금서로 지정됐다는 화제성까지 더해 홍콩섬 코즈웨이베이와 완차이 서점가에선 책이 진열되게 무섭게 바로 팔려나가는 바람에 예약 주문을 받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당』은 공산당 조직의 실체를 정치·경제·군사·기업 등 다각도에서 조명했다. 맥그리거가 파악한 중국 공산당의 운영 메커니즘은 철저한 기밀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 권력기관인 중앙위원회 위원 350여 명의 집에는 일명 ‘레드폰(빨간 전화기)’으로 불리는 핫라인이 설치돼 있다고 소개했다. 레드폰을 통해 극도의 보안 속에서 내밀한 대화가 오간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관계 최고 지도부 인사에서부터 중국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중국알루미늄(Chalco) 회장까지 전 사회 영역에 퍼져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는 실권자들이다.

중앙조직부·기율검사위 등 당의 핵심 기구도 베일에 가려진 채 활동하고 있다. 베이징 천안문에서 서쪽으로 1㎞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 중앙조직부는 외부에 간판도 없으며 사무실 번호도 공개하지 않는 등 개혁·개방 추세와 상관없이 여전히 죽의 장막을 치고 있다. 맥그리거는 홍콩 언론에 “중국 공산당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 때문”이라며 “중국의 고속성장이 끝날 때가 공산당의 시련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공산당이 강력하고 전능할수록 정부·공공기구가 볼품 없어지는 모순을 맥그리거가 파헤쳤다”고 평가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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