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역사 바로세우기 또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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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중국·일본의 학자들이 함께 집필한 ‘한·중·일 공통 역사교과서’가 내년 봄 나온다. 2005년 발간된 근현대사 교과서 ‘미래를 여는 역사’에 이어 두 번째 3국 통합교과서가 된다.

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오비나타 스미오(大日方純夫) 와세다대 교수와 다와라 요시후미(俵義文)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워크 21’ 사무국장은 “올 9월과 11월 서울에서 한·중·일 공통 역사교재 편찬회의를 거친 뒤 내년 초 3개국 언어로 새 교과서가 나올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영어판도 출간될 예정이다. 첫 공통 교과서가 중학생을 대상으로 했다면 새 교과서는 고졸 이상 성인과 대학교재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세계 속의 동아시아 조명=상·하권으로 구성될 새 교과서는 ▶동아시아의 국제질서 ▶동아시아의 사람과 교류를 한·중·일 3국의 근현대사를 통해 분석했다. 특히 ▶헌법 ▶도시화 ▶철도 ▶사람의 이동과 교류 ▶가족과 성 ▶학교와 교육 ▶매스미디어 ▶전쟁과 민중이라는 8개의 테마를 정해 3국 간 교류사를 다뤘다. 새 교과서는 제1, 2차 세계대전과 냉전체제 형성이 동아시아에 미친 영향, 냉전체제 붕괴 후까지 동아시아의 근현대사를 짚는다.

새 교과서를 위한 편찬회의는 2006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세 나라를 오가며 12차례 열렸다. 작업 과정에서 갈등도 적지 않았다. 예컨대 청일전쟁을 일으킨 목적이 일본의 중국대륙 침략인지, 아니면 조선지배였는지에 대한 이견도 나왔다. 합의가 안 되면 양쪽 주장을 동시에 기재했다. 일제의 한국 강제병합 문제에 대해 일본 학자들은 ‘병합’이라는 표현을 주장했지만 한국 측은 ‘강점’을 요구했다. 결국 두 표현을 동시에 사용했다. 원폭투하 등으로 “일본 민중도 전쟁의 피해자였다”는 일본 측 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한국과 중국 측 학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일본 역사 왜곡 교과서가 계기=한·중·일 공통 역사교과서의 탄생은 2001년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왜곡 교과서가 일 정부 검정을 통과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를 바로잡기 위해 1998년 조직된 ‘어린이와 전국 네트워크 21’의 다와라 사무국장을 비롯한 일본 측 학자들이 한국과 중국 학자들을 한자리에 초청했다. 이들은 2003년 난징 국제학술대회에서 각국의 중학생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근현대사 교재 제작에 합의했으며, 2005년 ‘미래를 여는 역사’를 펴냈다.

2001년 당시 2000명이던 교과서 네트워크의 회원 수는 현재 5300명에 달한다. 다와라 사무국장은 “일본 공립학교의 왜곡 교과서 채택률이 당초 0.2%에서 1.7%까지 늘어났다”며 “이는 지자체장이 산하 교육위원회 위원들을 우익인사로 임명하고 있기 때문이지 일본 여론이 보수화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도쿄=박소영·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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