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아이들 세계 빠삭한 꼬마 얼떨결에 ‘아빠’ 돼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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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코스믹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지음
이윤선 옮김, 문학수첩
373쪽, 1만2000원

어린 나이에 부모를 바라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 투성이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돼 보면 어떨까. 주인공 열 세살 소년 리암은 키 180cm에 노숙한 외모의 소유자다. 리암은 새로 문을 여는 놀이동산의 초청 이벤트에 아빠의 휴대전화로 응모했다가 당첨된다. 문제는 그쪽에서 리암이 당연히 아빠인 줄 알고 아이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리암은 부모님에겐 현장학습을 간다고 거짓말하고, 친구 플로리다에게 딸 역할을 부탁하고 함께 떠난다. 그곳엔 리암과 플로리다 외에도 세 팀이 초청됐다. 그들 사이에서 아빠인 척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빠가 했을 법한 가장 그럴싸한 말, “어젯 밤에 시합 보신 분 있나요?”란 말 한마디를 꺼내자 아빠들이 너나없이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으니까.

문제의 놀이공원은 단순한 놀이동산이 아니라 거대한 유인 우주선 발사 프로젝트였다. 문제는 로켓엔 아이들만 타게 되어 있고, 아빠들 중에선 단 한 사람만 동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점수를 많이 얻은 아빠가 탑승권을 얻는 시합이 벌어진다. 리암은 아이들의 세계를 가장 잘 아는 자신이 당연히 이길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재미있게 놀아준 리암 대신 아이스크림을 사준,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믿는 어느 아빠에게 몰표를 던진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가는데, 실수로 궤도에서 벗어나 지구로 돌아갈 길이 까마득해진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와중에 아이들을 다루느라 리암은 식은땀을 흘린다. 그리고 지구의 아빠를 생각한다.

아이는 아빠를, 아빠는 아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말이 안 된다 싶은 황당한 설정도 얼마간 있다. 그러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을 따라가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어른이건 아이건, 이 소설을 읽으면 마음의 키가 조금이나마 자랐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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