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해외 칼럼

정복할 새 세상 찾는 부시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두번째 임기를 자신과 야심에 찬 선언으로 시작했다. 인상적이긴 했지만 외교 정책에 관한 한 근거가 박약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취임식이 있던 그 주 초에 부시는 그의 이라크 정책이 대선 유세 기간엔 논란을 빚었지만 선거 결과로 정당성을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은 그 반대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 뉴스는 18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58%의 유권자는 계속해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 44%만이 이라크 전쟁을 싸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라크 총선이 가까워지며 이라크 내 폭력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세이모어 허시에 따르면 부시는 중동을 재편하기 위한 전쟁을 이란까지, 즉 이란의 핵 무기 제조 능력을 파괴할 때까지로 확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시의 목표는 현재 이란을 통치하고 있는 종교 지도부를 전복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새 행정부가 외교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활기찬 공개 외교'를 통해 유럽연합(EU)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신뢰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 라이스도 알고 있듯이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 간의 문제는 국민 관계가 나빠서가 아니다. 문제는 개념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다.

라이스의 입장은 현재 세계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방향을 잡지 못하고 혼란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혼돈 상황과 같다고 한다. 따라서 2차 대전 이후와 마찬가지로 새 제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미국이 이끄는 체제다. 라이스가 생각하는 가장 큰 위협은 냉전 시대의 양극체제를 대체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이 다극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EU.중국.러시아 등 다른 국가와 권력을 나눠 가져야 된다는 점이다.

그는 과거 다극체제를 "17세기 국민국가가 출현한 이래 힘 있는 국가 간의 경쟁으로 세상이 파국으로 치닫곤 했던 파괴적인 패턴의 부활"이라고 비난했다. 2003년 여름 라이스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의 대화에서 유럽은 이 다극체제 아이디어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경쟁의 이론 또는 경쟁하는 세력의 이론, 적어도 경쟁하는 가치에 관한 이론이라고 라이스는 말한다. 그는 "과거 이것을 시도했지만 결국 세계대전을 낳았다"고 주장한다(사실 우리는 그것을 '시도한' 적이 없다. 다극체제는 이론이 아니었고 역사적 현실이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균형 외교는 1914년과 38~40년 두 차례 모두 헤게모니를 추구하던 독일에 의해 의도적으로 깨진 것이다).

라이스는 IISS와의 대화에서 또 "왜 우리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결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힘의 분산을 추구해야 하는가. 자유의 적만이 우리 힘의 분산에 박수를 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는 또 미국이 이끄는 민주주의의 동맹이 현재의 불만스럽고 또 '부적절한' 국제기구를 대체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라이스가 이같이 말한 때는 이라크 공격 직후였다. 그리고 그는 개편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까지 통합하는 이라크 전쟁 연합군의 확대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했다. 제2기 부시 행정부의 또 다른 제안은 국제 업무를 분담하자는 것이다. EU는 '부드러운' 초강국으로서 '강한' 초강국 미국이 먼저 하고 난 뒷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따라서 부시의 사람들은 유럽인들을 다룰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이 중동 계획 수행에 바쁜 한 미국과 유럽 사이는 바람잘 날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유상철 기자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