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가에서의 부유세는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세금 회피 같은 부작용이 만만찮은 건 예나 지금이나다. 부유세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가 ‘절세(節稅) 이주’로 골머리를 앓는 대표적 경우다. 2008년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 알랭 뒤카스가 부유세를 피해 미식가들의 천국인 고국을 등지고 국적을 모나코로 옮겼는가 하면 2006년엔 1억 장 이상의 앨범을 판 프랑스 국민가수 조니 알리데가 스위스로 떠났다. 르 피가로가 “하루 평균 2명꼴로 부자들이 프랑스를 떠난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스웨덴의 세계적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캄프라드 회장도 외국에 설립한 재단에 230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빼돌려 부유세를 회피한 유명 사례로 꼽힌다. 1990년대 이후 오스트리아·덴마크·독일·아일랜드·룩셈부르크 등 유럽 국가들이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며 부유세를 줄줄이 폐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는 부유세의 문제를 빗댄 게 ‘로빈 후드 효과(Robin Hood effect)’다. 영국 민담 속 로빈 후드는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노팅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 그러나 대부분 상인인 부자들이 약탈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바람에 식량과 생필품 가격이 올라 역설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거다.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엊그제 부유세 신설을 제안했다. 소득 최상위 0.1%에게 부유세를 부과해 연간 10조원의 예산을 확보, 복지정책 재원으로 쓰자는 것이다. 세금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나눔이긴 하다. 그렇다고 부자이니 무턱대고 세금을 더 내라며 부자를 죄인 취급하는 꼴이 돼선 곤란하다. 그랬다간 우스꽝스러운 현대판 ‘창문세’란 비아냥을 면키 어렵다.
김남중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