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뉴타운 거품 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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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서울 강북 뉴타운 땅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서울시가 지난 10월 말 왕십리·길음동·진관내외동 일대 뉴타운 개발계획을 발표한 이후 배까지 치솟았던 이들 지역 땅값이 최근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개발 기대 심리로 매물 품귀현상을 빚었으나 요즘은 매물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급등한 땅값이 거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매수세가 뜸하다.

반면 뉴타운 인근 지역 땅과 아파트 분양권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 뉴타운 내 7·8구역 사유지 기준 10평 지분 값은 평당 1천3백만~1천4백만원, 6~7평은 1천5백만원을 호가한다. 20~30평 값도 평당 1천만원 선이다.

길음동 미래부동산컨설팅 이종인 사장은 "이달 들어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 나온 길음동 뉴타운 7·8구역 지분 매물만 15~20개는 될 것"이라며 "개발재료에도 불구하고 내년 전체 부동산시장 전망이 어둡자 팔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호가는 11월 말과 변동이 없으나 실제 거래는 5% 가량 내린 가격에서 이뤄진다고 그는 전했다.

성동구 상왕십리동 440 일대 왕십리 뉴타운 1구역의 경우 중개업소에 10평 땅값은 평당 1천3백만~1천5백만원, 20~30평은 1천만~1천2백만원에 나와 있다. 그러나 이곳 역시 보상가가 시세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매수세가 뚝 끊겼다. 상왕십리동 삼성부동산 김기영 사장은 "개발방식을 놓고 주민들과 서울시 간에 마찰을 빚고 있어 사업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라며 "이러다 보니 시세보다 5~6% 정도 싼 물건만 거래된다"고 말했다.

매물 중에는 떴다방(이동식중개업자) 등이 미등기 전매를 목적으로 사들였다가 값이 더 오르지 않자 내놓는 것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평구 진관내외동, 구파발동 일대의 경우 10평 땅값은 평당 6백만~7백만원, 50~60평은 4백만~5백만원으로 10월 말보다 2배 이상으로 올랐다. 하지만 개발재료가 시세에 이미 반영돼 당분간 더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부동산중개업자들은 내다본다.

진관내동 부동산속보 권영남 사장은 "매물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달 들어 급매물을 제외하곤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매수자들은 뉴타운 조성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인근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값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가격 메리트도 크게 작용했다.

길음동 뉴타운 인근의 종암2구역 30평형 분양권 값은 2억5천만~3억원, 종암1구역 33평형은 2억7천만~2억8천만원으로 한달 전보다 5백만~1천만원 올랐다. 왕십리 뉴타운 부근의 하왕 1-5구역, 신당 6구역 10평대 지분 값은 평당 8백만원선으로 이달 들어 5% 이상 상승했다. 왕십리 신화부동산 이재영 사장은 "뉴타운 땅을 사러 왔다가 값에 놀라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싼 주변 분양권이나 재개발 지분을 사는 투자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강현구 팀장은 "뉴타운 내 땅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추가 상승은 어렵고 시장 전체 동향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매수시점을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기자

w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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