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비판적 분석 아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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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힘을 발휘한 또 하나의 승자는 미디어였다. 우리가 대통령당선자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듯 미디어의 영향력 증대는 그 역할과 책임성의 증대로 이어진다. 중앙일보의 지난주 보도는 신문의 전통적인 역할인 정보 전달 기능에 충실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구성 과정을 침착하게 전했고, 방향을 제시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전략연구소의 두 가지 가상 경로를 소개하는 등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언론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효율적으로 걸러내는 문지기 노릇이다. 이는 흔히 여론 수렴의 장이라는 말로 표현되는데, 시민사회의 성장 이후 특히 강조되고 있는 이 역할은 양 방향에서 실현될 수 있다.

그 하나는 의제설정 기능과 사실상 유사한 의미로, 언론이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으켜 사안을 쟁점화하는 하향적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시민사회의 의미 있는 움직임과 변화를 포착해 이를 충실히 보도함으로써 이 사회가 원하는 바를 알리는 상향적 방식이다.

대선 이후 시작한 시리즈 '대통령, 성공하려면'(23·24일자 1·5면)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되는데, 논의가 다소 피상적이었던 감을 지우기 어려웠다. 하지만 23·25일자 문화면에 실린 기획물 '역사에서 오늘을 배운다'(<상>영조와 정조의 탕평책, <하>광해군의 외교술)는 역사적 경험을 현실에 적용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이는 재치가 돋보였다.

한편 '젊은 그대 2030 대해부'시리즈(21∼25일자)는 시민사회의 변화를 포착해 소개함으로써 상향식 표출을 시도한 경우로 볼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감지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냉소적인 세대로 알려져 왔던 2030세대의 동원 현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기획은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1,2회에서의 호기심과 흥미는 곧 시들었는데, 이는 감각적인 접근방식이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여기에서 반드시 강조돼야 할 언론의 또 다른 역할, 즉 비판세력으로서 갖는 책임성의 발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30세대에선 상충적인 가치관과 생활관이 함께 존재하는 양면성, 또는 다면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예컨대 미국으로부터 홀로서기를 주장하는 등 미국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표출하면서도 미국의 문화적 헤게모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렌즈'나 '앨리의 사랑 만들기'에 심취해 그 모습과 취향을 모방하는 세대가 바로 그들이다. 3,4회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정치적인 요구나 사회 참여로 이어질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내용을 기대했는데 찾아보기 어려웠다.

'개인 워크아웃 첫 대상자 20명 중 20∼30대가 14명'(25일자 14면), '인권강화 후 검찰수사 풍속도'(25일자 30면) 역시 언론의 비판적 역할이 위축되고 뭔가 꺼내 보여 주려다 만 것 같은 아쉬움을 남겼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언론은 세력화하는 집단에 대한 비판에는 소극적이다. 이런 움츠린 보도자세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중앙의 자리 찾기를 위한 망설임으로 보게 되는 것은 괜한 오해일까.

그동안 이 칼럼을 쓰며, 전문성을 지향하려는 태도가 중앙일보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 왔다. 새해를 맞아 오피니언면이 보다 전문성을 띤 의견수렴의 장으로 새롭게 단장을 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새 시대에 걸맞은 용기 있고 당당한 비판적 언론으로 앞장서 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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