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V·프라이드 등 한국車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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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개항과 더불어 1885년 미국 초대 선교사로 이 땅에 상륙해 연세대학교 모체인 연희전문학교를 세운 원두우(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박사 일가는 5대째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다. 원두우 박사의 손자인 언더우드 3세 원일한 박사는 팔순의 나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연세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원박사는 1917년 원한경 박사를 부친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고교 2년까지 다니다 33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고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그의 자동차 생활은 미국에 들어간 직후 운전면허를 따면서부터 시작됐다. 그가 처음으로 소유한 차는 미국 해밀턴 대학 재학 시절인 38년 2백달러를 주고 산 고물에 가까운 33년형 포드 투어링이다. 이듬해 대학을 졸업한 그는 선교와 교육이라는 가업을 잇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부친의 크라이슬러 컨버터블을 배로 들여왔다. 그러나 부품 구하기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일제가 휘발유 통제 정책을 펴는 바람에 거의 차를 몰고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으로 건너가 해군 복무를 한 뒤 46년 돌아와 미군정청 서울대학교 초대 교무처장으로 일하면서는 윌리스 지프(군용 지프를 민간용으로 개조한 지프)를 타고 다녔고,48년부터는 뷰익·시보레·폴크스바겐 미니 밴 등을 이용했다. 그러나 80년대 접어들면서부터는 기아 프라이드, 현대 마크V를 시작으로 국산차를 애용했다.

원박사는 사석에서 "한국차는 품질이 외국차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이기주의적 교통문화는 차 품질을 못따라가는 것 같다"고 꼬집곤 한다.

그의 부친인 원한경 박사도 한국 자동차 역사와 깊은 인연이 있다. 왕족·대신·총독부 고관들이 줄줄이 차를 도입하던 1914년, 미국에서 윌리스 오버랜드를 들여와 한국 차 역사의 초기 페이지를 장식했으며, 이듬해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오토바이를 도입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아직 도로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자동차가 마음대로 다니기 힘든 때라 원한경 박사는 자동차 대신 오토바이에 사이드카를 달아 선교 여행을 떠나곤 했다. 그의 오토바이가 서울과 지방의 명물이 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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