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첫 특별사면 7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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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뉴스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미국 언론들은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단행한 성탄절 특사 소식을 빼놓지 않고 보도했다.

특사 규모는 단 7명. 모두가 자동차 주행기록 불법 변조, 무면허 맥주 제조, 가짜 사회보장번호 제출 등 '경범죄자'들이다.

미국인들이 이번 성탄절 특사에 관심을 보인 것은 사면에 인색한 그의 전력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2천1백여건의 사면 요청을 모조리 거부했다. 텍사스 주지사 시절에는 사형수 한명을 무기수로 감형한 것을 빼고는 단 한차례의 사면 기록도 없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사면 건수를 보면 존 F 케네디 8백16명, 린든 존슨 9백12명, 리처드 닉슨 8백40명, 지미 카터 5백76명, 로널드 레이건 4백3명, 조지 부시 77명, 빌 클린턴 4백60명 등이다.

부시 대통령이 사면을 극도로 아끼는 것은 아버지 부시의 영향으로 죄와 벌을 중시하는 가치관 때문이라느니, 사법부의 권한을 상대적으로 침해하지 않으려는 공화당 특유의 전통 때문이라는 등의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일부 호사가들은 이를 부시 행정부가 보여온 강경 일변도의 외교정책, 나아가 부시의 냉정한 이미지와 연결짓고 싶어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노태우 전 대통령은 9천6백43명을 특별사면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만2천3백64명, 김영삼 전 대통령은 7백4만3천명(교통위반 4백41만명)이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무려 1천37만9천4백명(교통위반 1천13만명)을 사면했다. 이번 성탄절에도 9백3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우리는 '지킬 수 없는 법'과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현실을 내세워 대통령 특사에 너그럽기만 했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원칙이 멍드는 것에는 소홀했다. 미국과 실정이 다른 우리의 잣대를 아무리 늘려잡는다 해도 무원칙하고 자의적인 대통령 특사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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