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 공기중 버블 온도 달라 이승헌 실험, 전제부터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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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 추진체와 관련, 국방부가 조사 결과를 부인하는 학자들에게 “수중 폭발과 대기 중 폭발도 구별 못하며, 전제가 틀린 실험을 했다”고 처음으로 공개 반박했다. 또 “이들 학자와 공개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전 국방부 천안함 합조단의 4개 분과, 8명의 위원들은 지난 16일 중앙SUNDAY의 전영기 국장, 안성규 외교안보 에디터, 정치·국제·경제 에디터와 관련 기자 등 14명과의 이슈 토론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앙sunday 8월 22~23일자 1, 10, 11면> 합조단은 지난 7월 말 해단, 업무가 국방부조사본부(본부장 윤종성 소장)로 이관됐다.

중앙SUNDAY는 논란의 핵심인 ‘알루미늄 산화물이 녹아 흡착될 만큼 프로펠러 주변 버블이 고온이었는데 왜 1번 글씨 잉크는 타지 않았는지’를 집중 질문했다. 합조단 측은 “알루미늄 산화물이 고온 흡착된다는 얘기는 잘못이다. 폭발 때 버블에 형성되는 산화물은 순식간에 식어 굳지만 초당 1~2㎞의 빠른 속도 때문에 붙는다”고 했다.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하는 버지니아대 이승헌(물리학과) 박사에 대해 “수중 폭발을 염두에 두지 않고 공기 중 폭발로 착각해 버블이 고온이라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실험 결과 합조단이 발표한 알루미늄 관련 물질이 안 나타난다고 한다”는 지적에는 “이 교수가 화학 반응을 전혀 도입 안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어뢰 화약에 넣는 20% 알루미늄 분말은 폭발 때 나오는 가스 중 산소와 반응해 알루미늄 산화물이 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교수는 알루미늄 분말을 고온용 테스트 튜브에 넣고 1100도로 40분간 가열한 뒤 바로 물에 집어넣었다고 한다. 요컨대 산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알루미늄 분말의 표면이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일부 산화알루미늄이 생성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합조단은 “온도가 2000도 이상 돼야 산화알루미늄이 녹고 이런 액상 산화알루미늄을 급랭시켜야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 생성되는데 이 교수의 실험은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을 생성하는 조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버블 온도가 수십 분의 1밀리 초 내에 상온으로 떨어져 폭심에서 수m 떨어진 1번 글씨의 잉크는 타지 않는다”며 “이 교수는 현장에 와서 어뢰 추진체를 본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중앙SUNDAY는 16일 경기도 평택 2함대 사령부 천안함 현장도 둘러봤으며 18일에는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천안함 내부를 봤다. 내부는 처참하고 퀴퀴했다. 온통 뻘을 뒤집어 썼고 곳곳에 고인 빗물은 썩고 있었다. 3월 26일 오후 9시30분, 침몰 당시가 멈춘 시계처럼 남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증거가 인멸된다는 항의 때문에 정리를 중지했는데 논란이 끝나면 현장을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앙SUNDAY는 8월 12일에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실과 천안함 정세와 관련해 이슈 토론을 벌였다.

안성규·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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