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곳에 쌀 보관하면 ‘여름에도 맛있는 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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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밥맛도 없고···.” 무더운 여름이면 한번씩 내뱉는 말이다.

여름철에는 왜 밥맛이 떨어지는 걸까. 고온다습한 환경에 체력소모가 많고 땀을 많이 흘려서만은 아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정효영 수석연구원은 “쌀의 신선도가 낮아져 밥맛 자체가 떨어진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쌀의 신선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온도와 저장기간이다. 쌀은 살아있는 씨앗이다. 벼는 수확 후에도 호흡작용을 통해 산소를 흡입한다. 이 과정을 통해 전분 등 유기물을 분해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서 쌀의 내부에서는 추가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 수확한 벼를 상온에서 보관해도 밥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고희종 교수는 “하지만 4월 말부터 기온이 상승하며 벼의 온도가 높아진다”며 “결국 쌀의 생명력을 나타내는 발아율이 낮아지고 밥맛도 점차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현미의 껍질을 깎아낸 백미도 마찬가지다. 도정 후 온도에 노출되고, 저장 기간이 길수록 신선도가 하락한다. 쌀의 수확은 10월에 이뤄지기 때문에 여름이 되면 쌀의 저장기간이 9개월에 접어든다.

쌀은 저온저장하면 햇곡과 같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정효영 연구원은 “하지만 국내의 미곡종합처리장들은 저온보관 창고가 갖춰지지 않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여름에는 가정에서 보관한 쌀의 신선도도 떨어진다. 쌀의 지방이 산소·열·세균·효소 등과 만나 묵은내도 발생한다.

쌀의 수분함량이 점차 낮아지고 딱딱해지는 경화현상이 생겨 금간 쌀이 많아진다. 고희종 교수는 “결국 전분이 빠져나와 밥의 찰기나 탱글탱글한 조직감이 떨어져 밥맛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밥맛을 높이기 위해선 좋은 쌀을 골라 밥을 지어야 한다.

정효영 연구원은 “좋은 쌀은 금이 가거나 쌀알 내부에 부분적으로 흰색을 띠는 것이 없고, 광택이 나면서 투명한 것”이라며 “당일 도정한 쌀로 지은 밥은 가장 신선한 쌀로 지은 만큼 가장 밥맛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집에서 맛있는 밥맛을 느끼려면 쌀 보관 온도에 신경 써야 한다. 고희종 교수는 “쌀 보관 온도를 10도~15도 미만으로 유지하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름철 피곤과 무기력감 해소에 도움이 되는 밥 짓기가 있다. 고온에 몸이 늘어지는 것은 땀 분비가 늘어 단백질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밥을 지을 때 콩을 한 줌 넣으면 소모된 단백질을 간단히 보충할 수 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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