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펀드매니저 근속 기간 긴 운용사가 높은 수익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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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지 않는 운용사가 좋다’.

펀드나 운용사를 고를 때 흔히 듣는 얘기다. 단기 수익률 올리기에 급급하지 않고 펀드 운용 원칙을 지키며 길게 승부하는 운용사는 펀드매니저를 자주 갈아치울 이유가 없다는 데서 나온 소리다.

이 얘기가 사실로 확인됐다.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운용사는 펀드매니저들의 근속 기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9일부터 인터넷(dis.kofia.or.kr)에 올린 ‘펀드매니저 공시’를 본지가 찾아본 결과다.

펀드매니저 공시에 따르면 2일을 기준으로 국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의 평균 근무 기간은 3년9개월이었다. 전체 경력이 아니라 현 직장에서의 근무 기간이다. 반면 중앙일보가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함께 실시한 ‘2010년 상반기 펀드 평가’에서 대형 운용사 부문 1위를 차지한 KB자산운용은 펀드매니저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6년6개월이었다. 당시 평가에서는 운용사들이 3년간 얼마나 기복 없이 꾸준히 수익을 올렸는지를 봤다. KB자산운용은 올 6월 말 기준 1년 수익률이 대형사 중에 4위, 3년 수익률은 1위였다. 이 회사 조재민 사장은 펀드매니저를 잘 바꾸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업의 잠재 가치를 찾아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는 펀드가 좋은 수익을 올린다. 그런데 잠재 가치가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펀드매니저를 바꾸면 어찌될까. 새 펀드매니저는 투자 종목을 바꿀 것이고, 새 종목이 수익을 낼 때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를 수시로 바꾸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상반기 평가 3~5위인 신영자산운용(5년3개월)·한국투자신탁운용(4년9개월)·하나UBS자산운용(5년1개월) 등도 근무 기간이 전체 평균보다 1년 이상 길었다. 2위였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근속 기간이 2년9개월이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초 같은 신한금융그룹 계열의 SH자산운용이 합병을 해서 생긴 일종의 착시다. SH자산운용 소속이었던 펀드매니저들이 합병 때 새로 입사한 것으로 간주해 근무 기간을 산출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신한BNP파리바의 최기훈 이사는 “SH자산운용에서의 근무 기간까지 합치면 평균은 4년9개월”이라고 밝혔다. 소형 자산운용사 1위인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스는 평균 근속 연한이 5년4개월이었다.

한국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사이트(dis.kofia.or.kr)에서는 펀드별 수익률과 담당펀드매니저의 경력, 매니저가 운용하는다른 펀드 정보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이런 펀드는 요주의=펀드매니저 공시에는 투자할 펀드를 선택할 때 참고가 될 정보들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다른 펀드 수익률은 어떤지, 총괄 책임 매니저가 언제부터 해당 펀드를 맡았는지 하는 것 등이다. 특히 최근에 책임 펀드매니저가 바뀌었다면 과거에 꾸준히 수익을 냈더라도 한발 물러서 다시 한번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펀드의 운용 방법이 완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김후정 펀드 애널리스트는 “국민연금도 책임 매니저가 바뀐 펀드는 교체 이유와 새 매니저의 운용 성향 등을 면밀히 파악해 추가 투자 여부 등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가 가치주·성장주·금융주 등 다양한 펀드를 운용하지는 않는지도 점검 사항이다.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경우임은 물론이다. 다만 주식운용본부장 등 많은 펀드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는 펀드매니저라면 예외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펀드매니저들의 이력도 중요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의 투자운용 원칙도 투자자들이 꼭 살펴야 할 부분”이라며 “예를 들어 가치주 펀드라면 어떤 원칙에 따라 종목을 골라 담는지 등을 공시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펀드와 운용사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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