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관객은 배꼽 잡고 배우는 살 빠지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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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녹색 괴물 역할의 배우 오만석. [쇼노트 제공]

“관객들은 코믹 뮤지컬이니, 요절복통 뮤지컬이라고 하지만 우리끼린 ‘다이어트 뮤지컬’이라고 불러요.”

뮤지컬 ‘톡식 히어로’에 출연 중인 배우 임기홍(35)의 말이다. 그럴 만도 하다. 런닝 타임 100분 가량 되는 뮤지컬에서 출연진은 5명인데, 의상은 무려 135벌이 든다고 하니. 한 배우가 여러 배역을 소화하느라 정신 없이 돌아가는 뮤지컬이다.

작품에서 임씨는 1인 12역을 한다. 특히 막바지 5분간의 추격장면이 가장 숨가쁘다. 임씨는 괴물 잡는 시민으로 처음 등장했다가, 야한 핑크빛 옷을 입은 코러스 여성으로 변환한 이후 곧바로 경찰·박사·시민으로 다섯 번 바뀌어야 한다. 임씨는 “대본보다 의상 순서 외우는 게 더 복잡하다”고 토로한다.

주인공 ‘톡시’역을 맡은 오만석은 특수분장 때문에 고역이다. 얼굴을 그대로 감싼, 흉측한 녹색 분장은 1㎏이나 나가 “방독면을 쓰고 무대에 선 것 같다”고 했다. 미식축구 선수복처럼 몸통을 감싼 스폰지는 땀을 그대로 흡수해 “시간이 지날수록 땀이 배어 몸이 무겁다. 사우나에서 공연하는 기분”이란다.

배우 홍지민도 바쁘기는 마찬가지. 한 몸에 의상을 반반씩 걸친 채 한번은 표독스런 여시장으로, 또 한번은 억척스런 엄마로 순간순간 바꾸며 노래를 부른다. 홍씨는 “박수는 받지만 인간으로 할 짓은 아닌 거 같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톡식 히어로’는 환경학자를 꿈꾸는 한 청년이 유독성 물질에 빠져 돌연변이 녹색괴물이 된다는 황당한 스토리다. 10월 10일까지 서울 삼성동 KT&G 상상아트홀. 02-501-7888.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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