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내년 판도 좌우 "外人 잘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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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프로야구는 겨울에 '농사'를 짓는다고 할 수 있다. 시즌을 끝낸 뒤 신인 및 외국인 선수 영입과 구단 간의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단을 살찌우는 작업이 바로 농사다. 이 겨울농사에 성공해야 이듬해 여름(시즌)에 먹을 양식이 풍족해진다.

8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 영입 행보가 빨라졌다. 내년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가 2명으로 줄어드는 데다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전지훈련이 약 한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4일에만 LG, 한화가 내년도 외국인 선수 계약을 마무리했다. 전지훈련 이전에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확보해야 3개월 정도 준비를 할 수 있고, 그래야 4월 정규시즌의 출발선에 자신있게 설 수 있다.

◇가진 자의 여유

정규시즌 1, 2위였던 삼성과 기아는 교체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기존 선수들과 재계약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유격수 브리또(0.283, 25홈런)와 왼손 선발투수 엘비라(13승 6패, 방어율 2.50)를 붙들었다. 브리또는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최고 유격수고 엘비라는 방어율 1위 투수다.

기아는 한때 오른손 거포를 고려했으나 정규시즌 다승왕 키퍼(19승9패, 방어율 3.34)와 전천후 해결사 리오스(14승5패13세)의 투수 원투펀치를 내년에도 믿어보기로 했다.

◇야구는 역시 투수놀음

외국인 선수를 바꾸더라도 믿을 만한 선발급 투수 한명은 꼭 있어야 한다는 게 대부분 구단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내년 시즌 새롭게 얼굴을 내밀 선발급 투수들은 이리키 사토시(두산), 세인 바워스(현대), 호라치오 에스트라다(한화), 트래비스 스미스(SK) 등이다.

이 가운데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리키는 한국 프로야구에 처음 선보이는 일본 용병이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끈다.

두산은 일본 진출을 추진 중인 레스가 요미우리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재계약한다는 입장이다. 레스가 요미우리로 갈 때를 대비해 스카우트들이 중남미를 다녀왔다.

왼손 에스트라다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한화는 올해 후반기에 좋은 성적을 거둔 파나마 출신의 구원투수 레닌 피코타와 재계약, 투수로만 외국인 선수 엔트리를 채웠다. 홈런 3위를 기록했던 페르난데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SK는 나머지 한장의 카드로 다른 거포를 영입할 계획이다.

◇타, 타 그리고 타, 투?

이동현·장문석·최원호 등이 제자리를 찾은 LG는 이번 시즌을 통해 투수력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포스트시즌에서 에이스다운 활약을 보인 만자니오에게도 미련이 없어졌을 정도다. 게다가 이광환 신임 감독이 "외국인 선수는 타자로만 뽑자"고 주장해 두명 모두 타자로 결정했다.

올해 해결사 노릇을 한 매니 마르티네스와 2년 전 잠깐 LG 유니폼을 입었던 브렌트 쿡슨이 내년 LG의 외국인 선수로 결정됐다. 쿡슨은 이병규·박용택 등 왼손타자 위주의 LG타선에서 오른쪽 타선의 무게를 더해줄 전망이다.

롯데는 멕시칸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보이 로드리게스를 결정한 뒤 나머지 한명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다. 롯데는 호주에서 투수 입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1999년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거포 호세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있다.

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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