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끝자락에서…미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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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자주 입에 올랐던 말은 비엔날레·사진·큐레이터였다.

▶비엔날레:제4회 광주비엔날레(3.29∼6.29), 제3회 부산비엔날레(9.15∼11.17), 제2회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9.26∼11.24)가 잇따라 열렸다. 한 해에 현대미술축제인 국제 비엔날레가 3개 개최됐다는 건 한국 미술계 역량에 비추어 지나치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세 비엔날레 모두 개막 당일까지 전시 준비를 끝내지 못하는 공통점을 보여 세계 각지에서 온 큐레이터와 작가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예술감독 선정 문제에서 출발하는 짧은 준비기간, 전문집단과 행정집단 사이의 부조화 등 '한국형 비엔날레'가 드러내는 고질병이 깊어져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2004년에는 5회를 맞는 광주비엔날레가 일정을 9월 10일부터 11월 13일까지로 늦추는 바람에 세 비엔날레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열리게 돼 날짜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미술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일년 내 굵직한 사진전이 이어져 화단에 사진 열풍이 일었다. 황규태·강운구·주명덕·배병우·민병헌·구본창·이갑철·이정진씨 등 국내 작가들과 일본 작가 노부요시 아라키의 개인전, 가나아트센터의 '제2회 사진·영상 페스티벌:지금, 사진은'(7.12∼8.25), 하남 국제사진페스티벌(9.28∼10.6), 호암갤러리의 '미국현대사진:1970-2000'(10.25∼2003.2.2)이 관람객 동원에 성공해 사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입증했다. 사진 전문을 내세운 대림미술관과 한미갤러리가 문을 열고, 사진 전문출판사인 눈빛(대표 이규상)이 활발한 출간으로 한국사진사를 정리한 일도 화제가 됐다.

▶큐레이터:개인전보다 큐레이터들이 주제를 정해 만들어내는 기획전이 늘어나고 활동 범위가 커지면서 각 화랑과 미술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큐레이터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느냐, 이에 맞서 큐레이터들이 걸맞은 전문성을 지니고 있느냐는 잣대를 놓고 파문이 일었다.

지난 8월 기증받은 민중미술품의 소장과 전시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서울시립미술관 사건, 16년동안 일했던 국립현대미술관에 사표를 낸 유순남씨 사례 등은 아직도 전문직으로서 제 자리를 잡지 못한 큐레이터직의 위상을 보여줬다.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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