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우습게 보다간 눈앞이 캄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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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압이 높을수록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이코노미스트 자동차 영업을 하는 김찬(53·가명) 부장은 며칠 전 갑자기 눈이 아프고 시력이 떨어져 안과를 찾았다. 두통에다 구토증상까지 있어 다른 중병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급성녹내장이란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방수(房水)의 흐름이 완전히 끊어져 안압이 급격하게 상승했기 때문에 녹내장이 되었다며 곧바로 안압을 내리는 수술을 했다. 눈 안에서 만들어지는 물을 뜻하는 방수는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눈 내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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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세상안과의 이종호 원장은 “40대 이상이 되면 20명 중 1명꼴로 녹내장에 걸린다”며 “시신경에 장애가 생겨 시야가 흐려지는 이 병은 방치하면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구 앞쪽에 있는 각막과 수정체는 카메라에 비유하면 필터나 렌즈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투명해야 하기 때문에 혈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영양은 안구 앞쪽에 채워져 있는 방수로부터 얻고 있다. 녹내장이라는 이름은 이 방수가 어떤 원인으로 인해 너무 많이 차있을 때 각막이 부어올라 눈동자가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데서 유래한 병명이다.

안압이 높아지는 게 원인
김 부장처럼 자각증상이 뚜렷한 급성녹내장에 비해 만성녹내장은 깊숙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어 위험하다. 녹내장 환자의 70%는 NTG(정상안압녹내장:Normal Tension Glaucoma)이다. NTG는 그 이름대로 안압이 정상범위(10~21㎜Hg)인데도 시야가 흐려지고 시신경에 장애가 생긴다. 초기 단계에서는 한쪽 눈의 시야가 흐릿해져도 다른 쪽 눈이 보완해주기 때문에 잘 알아차릴 수 없다.

만성녹내장은 눈동자의 색깔은 물론, 통증이나 충혈 등의 증상이 거의 없다. 시력도 병이 심각한 상태가 될 때까지는 저하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환자 스스로 병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만성녹내장의 유일한 자각증상은 시야의 일부에 보이지 않는 곳이 생기는 정도다. 이조차도 보통 두 눈으로 보기 때문에 잘 깨닫지 못한다.
안압에 대한 시신경의 저항력에는 개인차가 있다. 저항력이 약하면 안압이 정상치라도 시신경에 손상이 갈 수 있다. 또 가족 중에 녹내장을 앓은 사람이 있거나, 근시나 편두통이 있는 사람은 NTG가 되기 쉽다고 한다. 따라서 40세가 넘으면 자택이나 직장 근처에 안과 주치의를 정하고 1년에 한 번씩 정기점진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검사 내용은 안압 측정, 우각(隅角) 검사, 안저(眼底) 검사, 시야 검사 등 네 종류다.

안압 측정은 각막에 공기나 센서를 쏴서 안구의 단단함(안압)을 측정하는 검사다. 정상치는 10~21㎜Hg이다. 녹내장의 경우 21㎜Hg 미만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신경 유두(乳頭)의 함몰이 진행되지 않을 때까지 안압을 내리는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안압은 계절이나 시간대 등에 의해 변동하며 녹내장인 사람은 변동 폭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각 검사는 안압이 높은 원인을 조사하는 검사다. 우각의 상태를 조사해 우각이 충분히 넓으면 개방각녹내장, 좁으면 폐색각녹내장이라고 한다. 안저 검사는 시신경 유두의 함몰 정도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다. 시신경 유두의 변화는 시야의 이상보다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녹내장을 조기 발견할 수 있고, 특별히 안압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NTG의 진단에 효과를 발휘한다.
시야 검사는 자각증상을 확인하는 검사다. 녹내장에 의한 시야 이상의 진행 패턴은 대체로 일정하기 때문에 시야 검사에 의해 병의 진행 단계를 파악할 수 있다.


안압 한 번 올라가면 평생 관리해야
치료는 점안약으로 안압을 내려 시신경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기본적인 방법이다. 안압을 내리는 목표치는 시신경의 장애 정도, 시야가 흐릿한 범위 등에 따라 다르다. 과거에는 환자 모두에게 같은 약을 정량 투여하는 방법을 썼으나 지금은 개별 환자의 하루 안압 변화를 측정해 그 데이터를 갖고 가장 효과적인 점안약의 조합이나 점안 시간 등을 결정하는 맞춤식 치료가 장려되고 있다. 약물요법으로도 병의 진행을 막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정상에 따라 레이저 치료나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자각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병이니만큼 평소 시야에 주의를 기울여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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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수술 후에는 시력이 약간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병의 진행이 억제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술하지 않은 경우보다 눈의 기능을 좋게 유지할 수 있다. 약이나 레이저 치료로 안압이 어느 정도 내려도 치료가 끝났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정기적으로 시야 검사를 받아 이상이 없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안압은 한 번 올라가면 평생 관리해야 한다. 치료를 통해 안압이 내려도 중단하면 다시 올라가기 때문이다.

녹내장의 원인은 안압이 높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일본에서는 안저의 혈류가 나빠져 시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원인의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안압을 내리는 것과 병행해 안저의 혈류를 좋게 만드는 새로운 치료법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성상신경절 블록요법이라는 치료법이다. 목에 있는 성상신경절에 특수한 마취약을 주사해 교감신경의 긴장을 풀어줌으로써 혈류를 좋게 만드는 방법이다. 신경블록 요법은 좌골 신경통을 치료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방법인데, 이를 녹내장 치료에 응용한 것이다. 이 요법은 숙련된 마취과 의사의 기술이 필요하고 처치가 적절하지 않으면 수술 후 통증이나 불편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 밖의 새로운 치료법으로는 SGL(편광근적외선요법)이라는 것이 있다. SGL은 성상신경절에 파장이 짧은 특수한 근적외선을 쏴 교감신경의 긴장을 풀어줌으로써 안저의 혈류를 개선하는 것이다. 안저의 혈류를 개선하면 망막의 감도도 향상된다. 성상신경절의 부분에 근적외선을 10~15분만 쏘면 끝나고 통증이나 부작용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SGL에 의해 망막세포의 혈관이 확장하면 혈액량, 혈류 속도가 모두 증가하는 것이 임상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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