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김해 봉하마을]"盧대통령 만세" 함성 뒤덮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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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 만세."

19일 오후 9시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은 2백여명의 주민이 외치는 함성으로 뒤덮였다.

주민들은 마을회관 앞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은 채 농악대와 함께 어깨춤을 추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연호했고 10여명의 마을 청년회원은 盧후보의 형인 건평(60)씨를 헹가래치면서 당선을 축하했다.

건평씨는 흥분된 어조로 "매우 기쁘다. 가슴이 뭉클하며 감개무량하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盧후보의 조카인 희정(22·대학 3년)씨는 "삼촌이 멋진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사모 김해지부 회원 20여명도 '새로운 대한민국 국민후보'라고 적힌 피켓을 앞세우고 "떴다 떴다 노무현, 높이 높이 날아라 노무현"을 외치며 주민들과 한바탕 춤판을 벌였다.

당초 이날 오후 6시쯤 방송사의 출구조사에서 盧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보도되자 잔치를 시작했으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이회창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잔치를 중단한 채 숨을 죽이며 개표 결과를 지켜보기도 했다.

오후 8시부터 盧후보가 표차를 줄여 나가자 "힘내라 힘"을 외치기 시작했으며 오후 8시37분쯤 盧후보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자 "이겼다"를 연호하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날 저녁 바람이 거세고 기온까지 떨어지는 등 추운 날씨였지만 주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마을 회관 앞에 임시로 설치한 대형 TV를 통해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 주민들은 돼지 두마리를 잡고 떡과 음식을 마련하는 등 아침부터 축제 준비에 분주했다.

盧후보의 친구 이재우(56)씨는 "盧후보가 이길 것을 기원하면서 잠을 설쳤는데 승리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전날 밤 국민통합21 측이 盧후보 지지를 철회했다는 소식에 오전까지만 해도 다소 술렁거리는 모습이었다.

盧후보의 초·중학교 후배인 백창업(45)씨는 "지금까지 아슬아슬한 고비를 수없이 넘긴 盧후보이기 때문에 '지지 철회'라는 난관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이날 盧후보의 고향에는 국내외 언론사의 1백여 취재진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다.

김해=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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