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단 분양 모처럼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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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오랫동안 낮잠을 자던 지방 산업단지 분양이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허허벌판에 잡초만 자라던 지방의 산업단지에서는 요즘 공장을 짓느라 불도저·망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장기 미분양 때문에 골치를 앓아오던 지방자치단체들은 올 들어 분양 계약이 이어지자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공단 부지가 날개돋힌 듯 팔리자 기존 공단 인근에 새 단지 건설까지 추진하고 있다.

◇오창산업단지=충북도가 장기발전 핵심사업으로 추진해 온 오창산업단지에서 지난 3일 LG화학이 10만평 부지 공사의 첫 삽을 떴다. LG화학의 입주 계약이 알려진 지난 10월 이후 상담이 부쩍 늘어 8∼9개 회사가 충북도와 접촉 중이다. 경기도 수원의 에이스디지텍은 지난 16일 입주 문의 1주일만에 1만5천평을 계약했다.

오창산업단지(공장용지 79만8천평)의 연초 분양률은 53%였으나 지금은 80%로 껑충 뛰었다. 충남 연기군의 월산산업단지(29만3천평)의 분양률도 연초 50%에서 82%로 올라갔다. 전체 2백86만평 규모로 생산·연구·주거 등 복합기능의 산업단지인 오창단지는 덩치가 큰 6필지만 남겨놓고 대부분 분양됐다. 1개월 전 외국인 전용 공단으로 5만평이 지정되자 4개 외국기업들이 입주를 신청했다.

특히 단지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넘쳐 이곳 상업용지는 지난 4월부터 투기 대상으로 꼽혀 왔다. 백화점용지·유통산업단지·호텔부지 등 수천평짜리 땅이 팔렸으며 아파트용지도 3필지나 거래됐다.

◇천안 제4산업단지=충남 천안시가 직산읍 신갈리 일대에 조성하는 30만평 규모의 제4산업단지는 실시설계가 나오기도 전에 대기업 등 입주 희망 업체가 몰리고 있다.

이 산업단지는 내년 9월부터 사업비 1천4백억원을 투입해 2004년까지 개발, 30여개 업체를 입주시킬 예정이다.

지난 6월부터 입주 희망 업체들과 상담을 한 결과 이달 현재 기계장비 및 첨단산업 계열 19개 업체가 입주를 신청했고 8개 업체는 상담 중이다. 이들 27개 업체가 희망하는 부지 면적은 총 10만여평으로 분양 대상 면적 21만평의 절반에 육박한다.

더욱이 최근 초정밀 브라운관과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 대기업은 협력업체들과 함께 동시 입주를 희망하며 10만평 이상의 부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년 경부고속철도와 수원∼천안간 전철이 개통되는 등 천안의 교통이 좋아지는 데다 기존 2, 3단지에 반도체 관련 공장 등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천안시는 제5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미 국가공단 4단지=경북 구미시 옥계·산동 일대 1백90만평에 들어선 구미 국가공단 4단지는 허허벌판에 공장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공단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공사를 하고 있는 곳은 아주스틸㈜·하이테크㈜·㈜AST·㈜신흥정밀 등 4개 업체다.

공단 조성 공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2006년 말까지 연차적으로 기반시설 공사를 한 뒤 업체에 분양한다. 공장 용지는 1백만평이고 나머지에는 아파트와 병원·상가·동사무소·파출소 등 생활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올해 분양분은 공장 용지 3만7천평으로 모두 18개 업체가 터를 잡았다.

이 공단은 평균 분양가가 평당 36만원으로 도시에 인접한 공단으로서는 다른 곳보다 훨씬 싸고 인근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규모 전자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5만평에 달하는 외국인 기업 전용단지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프랑스·캐다다의 9개 회사가 입주를 희망해 내년부터 외국 업체들의 입주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군산국가산업단지=전북 군산시 소룡동 군산국가산업단지는 지난해 12월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분양이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공장을 짓고 있는 업체는 7곳에 이르고 있다.

㈜대상은 올해 초 4만평의 부지에 동물사료 공장을 착공, 공정률이 40% 정도에 이른다. 자동차부품 공장인 ㈜대지금속도 3천여평을 분양받아 지난 6월부터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분양된 면적만 14개 업체에 20여만평에 이른다. 이에 따라 분양면적 1백40만평(전체 부지는 2백7만평)의 90%인 1백30만평이 팔렸고, 현재 86개 업체가 공장을 가동하거나 신축 중이다. 지금도 전북도에는 분양을 문의하는 업체들이 한 달 평균 2∼3건에 이르고 있어 1백% 분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김제IC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10만여평의 순동산업단지 역시 올 들어 3만여평이 팔렸고, 지난 6월 모두 분양돼 16개 업체가 공장을 가동 중이며 5개 업체가 공장을 짓고 있다.

김제시는 분양이 끝난 후에도 분양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자 서해안고속도로와 5분 거리인 만경면 일대에 10만여평의 농공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내년 2월께 착공할 계획이다.

이로써 전북도내 산업단지 분양은 6백19만3천평 중 86.6%인 5백36만평으로, 지난해 말 75%에서 11%포인트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60여만평이 분양됐다.

전북도 주종권 경제통상국장은 "공단 분양 호조는 서해안고속도로 완공으로 물류비용이 절감되고 중국과의 교역지역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한필·안남영·서형식·홍권삼 기자

chop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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