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개표기 설전 한나라 "못믿겠다" 선관위 "오류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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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16대 대통령선거 개표 과정에서 사용될 전자개표기의 오류 가능성을 놓고 17일 한나라당과 중앙선관위가 한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부정선거방지본부장과 서정우(徐廷友) 후보 법률고문 등은 이날 오전 과천 중앙선관위 상황실을 찾아 선관위 관계자들과 함께 전자개표기 시연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측은 "투표용지 분류 과정에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개표기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미분류표가 상당수 발생해 보완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난 15일 중앙당사에서 실시한 자체 시연회에서 투표용지의 4% 가량이 미분류로 처리됐다"고 전했다. 때문에 당 내부에서는 "전자개표기를 믿을 수 없으니 전면 수작업으로 개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원래 전자개표기의 1차 미분류율은 5% 안팎"이라며 "미분류된 투표용지뿐 아니라 자동분류된 것까지도 모두 수작업으로 일일이 재확인하는 만큼 개표과정의 구조적 오류는 존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전국 2백44개 개표소에서 자동분류된 결과는 선관위에 설치된 방송5사의 자체 서버로 직접 전송되기 때문에 외부의 '조작'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선관위와 1시간 넘게 설전을 벌인 한나라당은 결국 "미분류표 확인작업과 재검표까지 마친 뒤 개표결과를 공표하고, 전국 9백60대의 전자개표기에 대한 사전보안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선관위는 "전자개표기 분류결과를 바로 공표하는 것보다는 30분 가량 늦어지겠지만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한나라당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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