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들 썰렁한 X-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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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장면 #1. 커다란 비행기 격납고에서 라이브 밴드의 음악에 맞춰 직원들이 신나게 몸을 흔들어댄다.

장면 #2. 전직원이 비행기를 타고 카리브해 연안으로 날아가 유명 코미디언이 진행하는 쇼를 밤새도록 즐긴다.

이런 장면들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주요 기업이 마련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파티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파티 초대장은커녕 회사에서 해고 통지나 받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불황이어서 기업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아예 없애거나 예산을 확 줄였기 때문이다.

16일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한 정보회사가 1백50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 올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계획 중인 회사는 전체의 56%로 2000년의 79%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엔 9·11테러의 여파로 대부분 회사가 파티를 취소했다.

그나마 파티를 계획한 회사들도 예산을 최대 75%까지 삭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 동반 모임을 없애고 얼음조각이나 캐비어(철갑상어알)로 만든 카나페(전채요리의 일종)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기업들이 이처럼 허리띠를 졸라매자 레스토랑이나 이벤트 업체들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정찬 대신 가벼운 뷔페를 마련하고 파티 시간을 제한하는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갖가지 절약형 파티 상품들이 나왔다. 매년 파티 장소로 이용하던 비행기 격납고를 매물로 내놓은 통신회사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경우 회사 로비에서 간단한 다과회를 여는 것으로 파티를 갈음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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