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의혹 후보 자진사퇴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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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민심이 지방선거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19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상수 대표 뒤로 나경원·홍준표 최고위원(오른쪽)이 자신의 자리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의 얘기다. 8·8 개각 발표 뒤 여론 흐름에 관해서다. 이 의원은 19일 기자에게 “7·28 국회의원 재·보선 승리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새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의혹이 속속 불거지자 지역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8·8 개각 인사청문 대상자들의 첫 청문회를 앞둔 이날 한나라당 내 분위기는 복잡했다. 야당이 총공세를 예고한 만큼 적극 방어에 나서야 하는 것이 여당의 역할이지만 일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당내에서조차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말이 나왔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홍준표 최고위원은 “우리가 서민정책을 백날 한들 쪽방촌 투기 한 사람이 장관 된다면 소용 없다”고 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를 겨냥한 것이다.

홍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정국운영 지표로 제시했는데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이런 게 없는 게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가장 지름길”이라며 “이번 내각 인사는 그런 점에서 참으로 유감스럽다. 의혹이 복수로 제기된 사람은 정부 여당에 부담을 주지 말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흠집내기용 청문회도 안 되지만 통과의례용 청문회도 안 된다”며 “청문회를 마치면 문제 있는 인사는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한 고위 당직자는 “청와대에서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1~2명 정도는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상수 대표, 원희룡 사무총장 등은 일단 청문회를 한 다음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언론에 드러난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청문회가 열리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며 “누가 어떻게 된다고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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