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수능 개편] 두 차례 수능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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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2014학년도) 11월에 보름 간격으로 수능을 두 번 치르게 될 경우 핵심은 두 시험 간 난이도 맞추기다.

1993년(94학년도) 두 차례 치러진 수능은 영역별 점수를 단순 합산한 원점수를 써 난이도 조정에 실패했다. 그 결과 대혼란이 빚어졌고 수능 2회는 폐기됐다. 연구진은 ▶변환 표준점수제로 전환 ▶한 출제진을 두 번 활용 ▶문제은행 구축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은 여전하다.

19일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5년 도입된 표준점수는 개인의 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나타낸 점수로 수험생의 상대적인 위치나 성취 수준을 보여준다. 중장기 대입선진화연구회 백순근 수능체제 분과위원장은 “두 시험 점수가 동등화될 수 있도록 백분위 점수만 쓰거나 백분위 점수를 이용한 변환 표준점수체제를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변환 점수체제는 등수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지금도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에서는 사회탐구 등 선택과목 간의 난이도 조정을 위해 이를 사용한다. 이 경우 원점수는 없이 수험생 간의 상대적 위치만 알 수 있어 난이도에 조금 차이가 나도 문제없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대 김경범 입학관리팀 교수는 “첫 번째 시험의 난이도가 높고 두 번째 시험이 낮을 경우 동등화하면 두 번째 시험의 점수 차가 과장돼서 나온다”며 “배점이 높은 문제를 틀릴 경우 학생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연구소장도 “비교적 소수인 수리영역의 최상위권 인문계 학생은 그동안의 표준점수제가 유리했지만 바뀐 표준점수상에서는 오히려 불리해진다”고 지적했다.

같은 출제진을 두 번 활용하는 방법도 문제다. 한 출제자(통상 400여 명)가 두 세트를 출제하면 합숙 기간(통상 17일)이 지금의 2배로 늘어나게 돼 실력 있는 교수진이 출제를 꺼려 시험의 질을 담보하기 힘들 수도 있다. 보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교과부 김보엽 대학입학선진화과장은 “합숙 대신 교수들이 출제보안구역에 드나들면서 수시 출제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번 시험 문제를 공개해온 국내 실정에서는 당장 문제은행식으로 가기도 어렵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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