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친구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죠.”
“먼저 이 얘기부터 합시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IAAF 집행이사회가 열렸어요. 대구 대회가 주요 의제였죠. IAAF가 가장 걱정하는 건 관중 동원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선 육상대회라면 공짜로 표를 줘도 안 왔어요. 세계선수권이니까 강제로 동원할 수 있겠지만 세계가 다 쳐다보는데 관객들이 멍하니 앉아만 있다가 돌아간다면 망신이죠.”
대구는 2007년 몸바사(케냐) IAAF 총회에서 2011년 세계선수권 개최권을 따냈다. 박 이사가 물 밑에서 투표권을 가진 동료 이사들의 마음을 대구 쪽으로 돌렸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약속’이 있었다.
“동료이사들이 ‘육상 인기가 높은 나라에서 열어야지 한국은 좀 그렇잖으냐’라고 할 때 ‘육상이 축구만큼 인기스포츠가 되려면 불모지에 싹을 틔워야 하고 대구가 적소’라고 설득했어요. ‘수준 높은 관중으로 관람석을 채우겠다’고 약속했죠. 시간이 흘렀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어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는 법인데. ‘일단 교재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집필한 거죠.”
박 이사는 해외의 옛 육상스타들을 만나 자료를 검증하기도 했다. 1984년 LA올림픽 남자 1500m 우승자인 세바스찬 코(영국)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 겸 IAAF부회장이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일본 옛 신문을 보니 코가 아버지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는데 내용이 없어요. 그래서 올 초 집행이사회 때 ‘네 아버지가 그렇게 지독했다면서’라고 물었더니 ‘반 마일(약 800m)을 마라톤 스타일로 뛰고 45초 쉰 다음 200m를 40회 연속으로 뛰었다’라고 알려주더군요. ‘인간새’라는 별명의 장대높이뛰기 선수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에게서 직접 들은 훈련 얘기도 있고요.”
장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