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향상'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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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요 대선 후보의 TV 합동토론이 어젯밤 열린 사회·문화 분야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토론에서 다뤄진 교육·복지·환경·여성·문화 등의 주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보통 사람들의 관심이 큰 분야다.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시행을 내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후보도 사회복지 전반에 정부 지원 확대를 주장했다.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이 20%를 넘고 투표를 불과 사흘 남기고 있는 만큼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 마련 대책을 따지는 데는 소홀하게 넘어갔다.

김대중 정부의 개혁에서 성패 논란이 많았던 민감한 사안을 중심으로 견해차가 드러나며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비 부담 증가, '교육 이민'으로 대변되는 교육문제를 풀기 위한 李·盧후보의 처방은 자율성과 다양성을 공통분모로 한다. 그러나 李후보는 경쟁을 통한 인재 양성에, 盧후보는 형평성과 공공성에 강조점을 둔다. 이 차이는 고교 평준화 문제에서 점진적 개선(李후보)과 기본틀 유지(盧후보)로 갈렸다. 자립형 사립고 문제도 이견이 컸다.

논란이 많았던 의약분업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원칙엔 찬성하면서도 盧후보는 현 체제의 유지·보완을, 李후보는 전면적인 재평가를 주장했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한 급여율 삭감에 대해서도 찬(李후보)·반(盧후보)이 엇갈렸다. 뜨거운 이슈가 된 행정수도 이전 문제도 공방이 이뤄졌으나 '상대방의 주장은 틀리고 내 주장만 옳다'는 식으로 평행선을 달린 느낌이다.

TV 합동토론은 군중 동원으로 과열되는 선거 분위기를 정책 점검 중심으로 전환해 '미디어 선거'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진행방식이 경직된 데다 시간 부족으로 인해 충분한 토론이 어려웠던 점 등은 다음 선거를 위해 개선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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