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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화해해야 지구가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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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연말 남아시아에 큰 재앙을 가져왔던 지진해일(쓰나미)로 자연재해의 심각성이 전 지구적인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는 때에 북유럽은 때 아닌 폭풍우로, 브라질은 가뭄으로, 북미는 폭설로 지구촌 곳곳에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최근 이러한 자연재해가 1960년대 초에 비해 5배 정도 늘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식물의 생태계에서도 자연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땅에서는 각종 식물이 제철이 아닌 겨울에도 꽃이 피고, 봄에 잎이 나오는 시기도 1주일 정도 빨라졌는가 하면 소나무와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수종(樹種)들이 난대성 수종에 밀려 분포지역이 좁아져 가고 있다. 이런 뉴스들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환경의 변화에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9개의 행성 중 하나다.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진 행성은 지구뿐이다. 지구의 탄생은 지금으로부터 약 46억년 전이다. 생물이 존재하지 않았던 원시 지구에서 분자진화의 결과로 단세포 생물이 탄생하고 그 후 자연환경과 생물이 상호 작용을 일으키며 원시 지구에서 장구한 세월을 거쳐 금세기의 고등생물이 살아 숨쉬는 푸른 지구로 진화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지구가 언제부터 인류가 공동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급박한 위기에 봉착했을까? 인간과 자연은 수십만년 동안 끊임없는 상호 작용으로 정상적인 순환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건전한 지구환경이 보전되어 왔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부터 지구는 자연의 자정(自淨)능력을 초과하는 오염원으로 인해 서서히 몸살을 앓게 된 것이다. 특히 20세기 들어서면서 그 속도가 가속화되었다. 인간이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만큼 지구환경은 이에 비례하여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혹사한 지구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오염원을 줄이고 자연을 복원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각국 정상들이 모여 지구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결의를 하고 지구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선언한 바 있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국제협약을 실천해 가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동력자원으로 활용하던 화석연료의 양을 줄이는 산업구조 변화와 태양열이나 풍력 등을 이용한 제3의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스템을 친환경적인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자연을 복원하는 방법이 되겠다. 무질서하게 훼손된 자연을 원상태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어 가꾸자는 것이다. 숲이 만들어지면 그 속에서 온갖 동식물이 살아 숨쉬는 생명의 땅으로 바뀌고 그 숲에서는 많은 양의 산소를 배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므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산림면적은 약 34억ha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매년 1100만ha씩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잘 가꾸어진 숲이 1년에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10t에 가깝다. 그렇다면 매년 1억1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할 수 있는 산림이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시스템에서 1년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4억t으로 보고된 것을 보면 엄청난 양의 산림이 없어짐을 알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멸종은 약육강식에 의해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자연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물을 지배해 왔던 것은 사고할 수 있는 지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제 그 두뇌로 21세기를 지구를 되살리는 자연과 화해하는 세기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변광옥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