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 비전 안보여" 외국계증권사들 주식업무 손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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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일본의 증시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일본에 진출한 외국증권사들이 일본주식 매매업무에서 아예 손을 떼거나 비중을 크게 줄이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의 ABN암로증권은 이번주 중 도쿄(東京)증권거래소 측에 종합거래참가자 자격을 반납하고 일본주식 거래에서 완전 철수키로 했다고 11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보도했다.

일본에서 영업 중이던 외국계 증권사가 합병이나 부도가 아닌 데도 자진해 주식거래 업무를 중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BN암로증권은 일본시장에서 주식업무를 제외한 채권선물이나 금융파생상품에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독일의 코메르츠증권은 내년 상반기 중 일본의 증권업무에서 철수하고 도쿄지점의 인원도 3분의1로 줄일 계획이며 네덜란드의 ING증권은 증권업무를 대폭 축소하고 투자은행 사업을 도쿄에서 홍콩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미국의 JP모건증권은 지난 10월 일본주식의 조사부문 인력을 40% 정도 줄였고 스위스의 CSFB증권도 내년엔 6백50명의 직원 중 주식담당자들을 중심으로 60여명 정도를 감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증권사들이 일본에서 본업인 증권업무를 포기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은 증시 침체에 따라 매매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매수수료가 1990년 22%에서 지난 10월 말 4%로, 주식 시가총액은 31%에서 9%로 쪼그라들었다.

이렇게 되자 외국계 증권사들은 본업인 증권업무 대신 M&A·금융파생상품·부동산 증권화 등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종합거래참가 자격이 있는 외국 증권사는 22개사(일본 증권사는 87개사)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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