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고생 4년제 수시 합격자 급증 전문대, 응시생 줄까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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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구에 있는 D전문대학 N교수는 최근 친분이 있는 실업계 고교 선생님에게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졸업생을 많이 받아줘 고마웠는데 올해는 보낼 학생이 없으니 양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4년제 대학 수시모집에 실업고 출신 고교생들의 합격률이 지난해의 서너배로 늘어나면서 전문대 신입생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대 응시자의 주류를 이뤘던 실업고 졸업생의 상당수가 4년제 대학으로 갔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 지역 21개 실업계 고교에서 모두 1천1백59명이 2학기 수시모집에서 합격해 지난해의 4백83명보다 2.4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수시 합격자를 낸 영남공고의 경우 지난해 54명에서 올해 2백56명으로 껑충 뛰었다. 인문계 고교에서는 신명여고가 가장 많은 합격자를 냈지만 84명에 불과했다.

광주의 경우 지난해 70명이 합격한 광주전자공고가 올해 1백30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도시 전체적으로 실업고 출신 수시모집 합격자가 지난해에 비해 70% 이상 증가했다.

대전·부산·전주 등 다른 지역의 경우에도 실업고 학생들중 대학진학 희망자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수시모집 합격자 수는 40∼4백% 늘어났다.

대구시교육청 대입관리실 윤형배 장학사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정원 미달 사태를 우려한 4년제 대학들이 신입생 확보책의 일환으로 실업고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대구대와 대구가톨릭대의 경우 그동안 인문고에만 한정했던 학교장 추천 입학제를 올 들어 실업계 고교에도 적용하는 등 실업고 출신자들에 대한 문호를 대폭 넓혔다.

다른 대다수 대학도 실업고 출신자에 대한 우대책을 마련하고 수시모집 인원을 대폭 늘려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N교수는 "연일 입시 대책 교수회의를 열고 있지만 4년제 대학에 선수를 뺏겨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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