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선박 나포]공해상 나포 법적 근거 논란 美 '對테러 유엔결의' 내세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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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실상 미국이 스페인 군함을 내세워 북한 화물선을 정선·나포한 행위는 국제법적 근거가 있는 것인가. 특정 국가의 영해(領海)가 아닌 공해상의 자유통항권은 유엔 해양법 등 국제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놓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미 국방부는 북한 화물선 나포 사실만 발표했을 뿐 법적 근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군대학 김현수(金顯洙·국제법)교수는 미국이 자유통항권의 예외조항과 유엔 결의를 내세워 나포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1994년 발효된 유엔 해양법상 자유통항권은 공해상의 자유로운 선박 통항을 보장하고 있지만 몇가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해적행위·마약밀매·노예수송·국기도용(國旗盜用)이 의심되는 선박에 대해서는 제3국 군함도 정선·수색·나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나포 당시 북한 화물선 '서산호'는 국기를 달고 있지 않았다. "국기를 달지 않을 경우 국기도용 조항에 의거, 나포가 가능하다"는 것이 金교수의 견해다.

지난해 9월 유엔 안보리를 통과한 결의 제1373호에 따르면 각국은 ▶테러행위 지원 차단▶테러자금 및 도피처 제공 금지 등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테러 행위 지원으로 간주하고, 안보리 결의를 근거로 나포를 합리화할 수도 있다고 金교수는 설명한다.

서울대 이상면(李相冕·국제법)교수는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시기와 장소가 일반적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9·11 테러 이후 유엔은 대(對) 테러전쟁과 테러 방지를 위해 일련의 결의를 채택했고, 이 결의에 따라 예멘 공해를 포함한 일련의 해역이 자유통항권이 제한받는 '특별수역'으로 선포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미사일 수출은 북한과 예멘 간 쌍무적 무기거래일 뿐 테러와의 직접적 관련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유엔 결의를 근거로 내세우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북한은 미사일 수출을 규제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국도 아니다. 통일연구원 김국신(金國新) 국제관계연구실장은 "법적 근거 문제는 앞으로 상당한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원기 기자

brent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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