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걸(中): "2차 거절하자 3일동안 감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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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기도 동두천 미군 기지촌 클럽에서 윤락을 강요당하다 귀국한 20대 필리핀 여성이 국제이주기구 한국사무소를 통해 취재팀에 e-메일을 보내왔다. 그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한국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들을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제가 한국에서 일하기로 결심한 것은 가난한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중략).

한국으로 떠나기 전 필리핀에서 한국 취업을 알선했던 사람들은 우리에게 많은 약속을 했습니다.그들은 매춘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첫 한달만 외출을 금지하고 4백80달러를 월급으로 준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한국에 오자 이런 약속들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인인 클럽 주인은 매상을 올리지 못하면 항상 벌을 줬습니다. 그는 손님들이 '2차(매춘)'에서 우리를 얼마나 학대하는지 알면서도 이를 강요했습니다.

한번은 손님이 '2차'를 나가자고 요구하는 것을 거절했더니 업주는 저를 방에 가뒀습니다. 그때는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사흘 뒤 다시 일하도록 풀어줬습니다.

저는 거의 매일 울었습니다. 남들 눈에는 괜찮게 지내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속으로는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주한 필리핀 대사관의 도움으로 구출된 것입니다.

한국 정부에 요청합니다. 외국 여성의 성매매를 막아달라고. 매우 어렵다는 것을 저도 알지만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한국에는 많은 필리핀 여성이 저보다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 일이 정말로 하기 싫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따르고 있습니다. 제발 외국 여성들을 접대부로 고용하는 모든 클럽을 조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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