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신예기사상]송태곤·조한승·최철한 '대마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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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결정되는 '2002 바둑문화상'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최우수기사(MVP)상과 신예기사상이다. 이 두 부문을 추적해 보면 한해의 활약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쪽도 수상자가 선명히 가려지기는 어렵게 됐다. 바둑계가 전국시대의 양상을 띠면서 군웅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예기사상과 최우수기사상 순으로 두차례에 걸쳐 2002 바둑문화상을 점검해 본다.

올해 바둑계는 어느 해보다 신구대결이 치열한 한해였다. 신예들은 정상급의 꼬리를 부여잡고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타이틀전에서 정상 4인방(이창호9단·조훈현9단·유창혁9단·이세돌3단)을 꺾은 신예는 아직 없지만 많은 신예가 정상까지 올라와 이들과 우승컵을 놓고 쟁패했고 현재에도 혈전이 이어지고 있다.

강력한 전투력을 앞세운 '소년장사' 송태곤(16)3단은 올여름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최강전에서 우승했고 9월 이후엔 시종 승률1위를 질주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엔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에 올라 조훈현9단에게 2대1로 앞서며 타이틀 획득을 눈앞에 두고있다. 다승랭킹도 2위.

두터움과 조화를 겸비한 조한승(20)5단은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세계4강'에 올랐고 각 기전에서 고루 선전해 다승3위를 달리고 있다. 수읽기가 깊고 빠른 최철한(17)4단은 올봄 KT배 마스터스 프로기전 결승에서 조훈현9단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으나 1대2의 스코어가 말해주듯 내용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 본선에도 올랐고 다승랭킹은 7위.

최4단과 동갑내기인 원성진4단은 세계대회인 LG배에서 조한승5단과 나란히 4강에 올라 있고 프로입단 3개월 만에 세계대회 본선에 올랐던 윤준상(15)초단은 기성전 도전자결정전에 진출해 조훈현9단과의 한판승부를 앞두고 있다(박영훈3단은 농심신라면배 4연승으로 화려한 이미지를 심어줬지만 지난해 신예기사상 수상자여서 자격이 없다).

그렇다면 위에 열거한 신예기사 중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인 발군의 신예는 누구일까. 송태곤3단이 만약 오는 11일 조훈현9단을 꺾고 천원전 우승을 확정짓는다면 그와 경쟁할 후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2대2가 돼 해를 넘긴다면 조한승5단·최철한4단과 함께 키를 재봐야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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