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를 잡아라" 로펌들 영입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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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주 국세청 등을 거쳐 현재 재정경제부 서기관으로 근무 중인 변호사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금융 분야 강화 방침에 따른 것으로 율촌은 이밖에도 금융권 경력이 있는 변호사를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 4일 우방과 합병해 대형 로펌으로 변신한 화백도 경제부처에서 10여년 이상 실무를 쌓은 변호사를 데려오기로 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화백의 박영립(朴永立) 변호사는 "경제부처의 풍부한 경험을 로펌 업무에 접목하려는 취지로 전문직 경력 변호사의 스카우트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 로펌을 중심으로 전문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규모가 작은 로펌의 경우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내 대형 로펌이나 법률시장 개방 후 외국 로펌과 경쟁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경제부처나 IT업체·금융권 경력자가 우선 영입 대상이다. 국내 최초로 의사 출신 변호사를 영입하는 등 로펌의 전문가 집단화에 앞장서 왔던 법무법인 지평은 금융·IT분야 경력을 가진 변호사 물색에 나섰다. 지평은 조만간 금감원 출신의 윤영규(尹永圭) 변호사가 이끄는 금융팀에 추가로 경제부처나 금융권·일반 기업체 근무 경력이 있는 변호사를 합류시킬 계획이다.

법무법인 대일도 국내 기업의 금융 관련 자문 업무가 늘어나면서 최근 외국계 기업이나 금융분야에서 근무했던 변호사를 찾고 있다. 사법연수원생 채용 때도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들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다.

법무법인 KCL은 최근 LG전자 회계·재무팀에서 근무했던 사법연수생을 뽑았다. 내년 초 입사하는 대로 당장 기업 자문분야에 배치할 예정이다. KCL 김영철(金永喆) 변호사는 "금융·회계분야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는 연수생 공채도 기업 실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 위주로 하겠다"고 말했다.

연수생 1∼2명을 뽑는 법무법인 덕수 역시 삼성전자 회계 분야에서 일했던 연수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한편 대형 로펌들은 전문 분야에서 최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을 변호사나 고문으로 영입하고 있다.

김&장은 지난달 말 한덕수(韓悳洙)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고문으로 영입했으며 세종은 지난 4일 경제기획원 차관과 산업은행 총재 등을 지낸 김영태(金英泰)씨와 유시열(柳時烈)전 은행연합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전진배 기자

allon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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