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일대 독수리 수난:겨울 먹이 모자라 굶어 죽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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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겨울철이면 임진강 일대 민통선 지역을 찾아드는 천연기념물 제243호 독수리들이 먹이 부족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

1997년 2월부터 6년째 독수리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앙일보 독자 한갑수(韓甲洙·49·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씨는 기자와 현장을 둘러보며 "이러다간 임진강 일대가 독수리들의 무덤이 될지 걱정된다"며 안타까워했다.

◇폐사 및 탈진=민통선 안 파주시 장단반도를 중심으로 한 임진강 일대에는 지난 10월 중순부터 몽골과 시베리아 등지에서 온 독수리 3백여마리가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달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비무장지대(DMZ) 내인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점원리 대성동 마을 앞 벌판에서 독수리 여섯마리가 숨지고 여섯마리가 탈진해 위독한 상태로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 민통선 일대에서 폐사한 독수리는 20마리에 이른다.

◇먹이 부족=한국조류보호협회는 지난해 12월 파주시 적성면 감악산 기슭에 조성한 8평 크기의 조류방사장 두곳에서 먹이를 제대로 못 먹거나 독극물 중독으로 쓰러진 27마리를 치료 중이다.

韓씨는 "민통선 일대의 도로 및 경의선 공사·골재채취 등으로 자연생태계가 훼손되면서 먹이가 부족해졌다"며 "매주 한차례 닭 1천여마리 또는 돼지 20∼30마리 정도 먹이를 줘야 하는데 조달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책=문화재청 관계자는 "독수리 먹이 구입 비용으로 올 들어 파주지역에만 7백여만원을 지원했으며 내년 초 추가 지원도 검토 중"이라며 "내년에는 대규모 방사장 조성 예산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부검 결과 지난달 20일과 21일 죽은 독수리 두 마리는 농약(모노크로토포스)을 먹고 죽은 조류를 먹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농약을 이용한 민통선 지역 밀렵을 근절하기 위해 군부대 및 경찰서와 공조 단속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김수일(金守一·48·야생동물생태학) 한국교원대 교수는 "철새 도래지를 보호하기 위해선 보호 활동을 벌이는 환경단체에 대한 정부의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독극물 살포 등에 대비해 먹이 주는 장소도 분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취재:한갑수 독자,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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