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누워 잤더니 코 고는 소리 사라졌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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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와 말복이 지났다. 막바지 더위가 있기는 하겠지만 더위를 잊고 잠들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날씨와 관계없이 여전히 잠자리가 편치 않은 사람들이 있다. 코를 골거나 이를 가는 사람과 그의 가족들이다. 코골이나 이갈이는 본인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훨씬 큰 고통을 준다. 고통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숙면을 방해하는 코골이. 코골이는 코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입과 코로 들어간 공기가 상부 기도를 지날 때 주변 조직을 진동시키며 내는 소리다. 입 안쪽 목구멍에서 난다. 코 고는 소리는 공기가 지나는 길인 기도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크다. 우리가 수면을 취할 때는 평소 긴장해 있던 기도 주위 근육들도 이완돼 늘어진다. 이때 늘어진 조직들이 기도를 좁히면서 코 고는 소리를 낸다.

술을 마신 뒤 코골이가 심해지는 것도 평소보다 기도가 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술은 몸의 근육뿐 아니라 인두와 후두 주변 근육의 긴장도를 떨어뜨려 기도를 좁힌다. 원래 코를 골지 않던 사람도 술만 마시면 코를 곤다. 살이 쪄 입 안 편도와 혀가 비대해져도 기도가 좁아진다. 서울대 치대병원 구강내과 정진우 교수는 “비만, 연령증가, 음주, 근육긴장도를 떨어뜨리는 약물, 코 뒤쪽의 과도한 아데노이드, 아래턱의 저성장 등이 코골이의 원인”이라며 “그중에서도 비만과 연령 증가가 코골이와 가장 연관이 높다”고 했다.

술 마시면 기도 좁아져 코골이 심해져

기도가 너무 좁아져 일시적으로 숨을 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코를 골며 자다가 숨이 뚝 끊기는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방사선사진을 촬영해 기도와 비강 등 구조적인 문제를 확인하고, 병원 수면검사실에서 잠을 자면서 뇌파와 안구운동·심전도·산소포화도·자는 자세 등을 파악하는 수면다원검사로 진단한다. 숨을 멈추는 시간이 10초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분류한다. 환자의 대부분이 20~30초간 숨을 쉬지 않으며, 심한 경우 이 같은 수면무호흡증이 1시간에 30번 이상 반복되기도 한다.
다행히 우리 뇌는 숨을 쉬지 못해 산소 공급이 안 되면 몸을 잠에서 잠시 깨워 다시 숨을 쉬게 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각성상태가 반복되면서 일상생활이 피곤하고 무기력해지기 쉽다. 정 교수는 “수면 중 일어나는 호흡장애로 폐에 산소 공급이 안 되면 매일 일정시간 질식상태로 있는 것과 같다”며 “수면무호흡증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고혈압·당뇨·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하지 않은 코골이는 수면방법과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체중을 줄이고 술과 약물을 금하는 것이다. 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승주 교수는 “똑바로 누워 자는 것보다 옆으로 자면 목젖이 기도를 막지 않고 공간이 생겨 코골이가 덜하다”며 “옆으로 자는 버릇이 들 때까지 테니스 공을 넣은 배낭을 메고 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심각하다면 수술이나 호흡장치, 구강 내 장치 등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늘어진 목젖과 편도선을 잘라줘 기도를 넓히는 수술을 가장 많이 한다”며 “뒤로 밀려 있는 혀를 앞으로 당기거나 혀뿌리를 잘라주고, 코 뒤로 증식된 조직을 제거하거나 턱뼈를 앞으로 당기는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비수술적인 방법으로는 양압장치(CPAP)를 쓴다. 코를 덮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자면 일정한 압력으로 공기가 나와 좁아진 기도를 뚫고 숨을 쉴 수 있게 한다. 양압장치로 90% 이상이 코골이에서 탈출할 수 있으나 장비가 고가인 데다 장치가 내는 소음으로 적응에 애를 먹기도 한다.

구강 내 장치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아래턱을 앞으로 내민 상태를 유지시키는 장치로 혀를 포함한 기도 주변 조직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기도를 넓혀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준다. 정진우 교수는 “코골이 개선을 위한 구강 내 장치를 할 때는 턱관절과 위아래 치아의 맞물림 상태 등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각 개인의 구강상태에 맞는 장치를 제작해야 턱관절 장애나 교합변화 등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가는 힘, 보통 때 씹는 힘의 세 배

소름 끼치는 이를 가는 소리도 잠을 방해하는 고질 중 하나다. 인구의 5% 정도가 자면서 습관적으로 이를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자는 동안에 많지만 낮에 의식이 있는 경우에도 이를 가는 사람이 있다. 이를 갈 때의 힘은 음식을 씹는 저작력의 3배쯤 된다. 수평으로 치아를 밀며 흔들기 때문에 치아와 잇몸이 망가지고 턱관절 장애가 생긴다. 턱관절 뼈가 틀어지면서 입이 잘 안 벌어지거나, 벌릴 때마다 아프고 턱에서 소리까지 나게 된다. 성장기엔 얼굴모양도 변형시킨다.

이갈이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이를 가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대개 같이 자는 사람이 얘기해 주거나 구강검진 시 마모된 치아를 통해 발견한다. 남자에게 많은 코골이와 달리, 성별 구분이 없으며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다. 과거에는 윗니와 아랫니가 만나는 교합관계가 나쁘면 이갈이가 발생한다고 여겨 교정치료를 하기도 했으나, 연구결과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갈이의 원인으로는 심리적 불안, 스트레스, 약물복용, 유전적 소인, 중추신경계 장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까지 이갈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 다만 치아에 교합안정장치(splint)를 끼우면 이갈이로 나타나는 치아교모나 치아파절, 턱관절 질환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장치는 틀니를 만들거나 충치를 치료할 때 쓰는 레진으로 투명하게 만들어 보통 윗니에 끼운다. 이갈이가 너무 심해 교압안정장치가 망가질 정도라면 보톡스 주사를 맞는 방법도 있다. 이를 갈 때 쓰는 근육인 교근과 측두근에 보톡스를 주사해 근육이 힘을 쓰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사각턱 치료와 마찬가지로 주사 후 3~4개월 뒤 약효가 가장 좋으며 6개월 후면 근육이 원래대로 돌아가므로 3~6개월마다 지속적으로 주사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소장은 “이갈이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한 결과, 이갈이 환자의 대다수가 특정 수면자세를 취하면 이갈이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 똑바로 눕거나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눕는 특정자세를 피하고 교정하면 이갈이도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윤인영 교수는 “어떤 상황에서 이를 많이 갈게 되고 근육긴장도가 높아지는지 파악해 이를 이완시키는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연 기자 g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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