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海의 베네치아로… 방조제 중단이 급선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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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환경보존이냐 개발이냐로 논란을 빚어온 새만금 지역을 '바다 도시'로 개발하자는 대안이 제시됐다. 2일 서울 서소문 명지빌딩에서 열린 '새만금 바다 도시'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명지대 김석철(건축대학장·사진) 교수는 "그동안 갯벌 보존과 농지 조성 사이에서 갈등을 빚어온 새만금 지역을 바다 도시로 개발해 환서해권의 중심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서해 연안은 중국과 한국을 합해 9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밀집된 지역으로 새만금을 지중해의 베네치아처럼 서해의 교역과 서비스·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것이다.

김석철 교수는 "방조제를 현 상태에서 중단해 새만금을 안 바다(內海)로 만들고, 이곳을 항구로 조성하며, 갯벌과 방조제의 일부를 이용해 베네치아와 같은 바다 도시로 만들면 서해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쌀이 남아도는 현실에서 8천만평의 농지 조성은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새만금 전역을 간척하고 담수호를 만드는 일은 시화호의 실패에서 경험했듯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많으리란 점에서다.

金교수는 이와 함께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전북 지역의 군산·익산·정읍· 김제·전주를 도시연합으로 묶어 새만금의 배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경제권 구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바다 도시와 도시연합의 중간 지대인 봉화산 일대에 새만금과 호남평야의 중간도시를 건설할 것을 제안했다. 金교수가 제안한 바다 도시는 방조제 도시와 갯벌 도시·하구 도시로 구성된다.

◇방조제 도시=방조제 33㎞ 중 4.5㎞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새만금 방조제 중 완성된 1·3호 방조제와 공사 중인 2·4호 방조제 사이의 가력도와 신시도의 두 배수갑문 사이에 바깥 바다를 제어하고 안 바다를 자기 것으로 하는 직각의 방조제를 덧붙이면 현재 완성되지 않은 세 부분이 세개의 게이트 역할을 하게 된다.

즉 미완성된 방조제를 해수 움직임과 파동의 변형이 퇴적 형태를 조정하도록 구조적으로 보강해 항만 게이트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또 하부 구조가 3백m인 거대한 방조제 안쪽 사석 부분은 인프라를 장착한 인공 암반으로 만들어 방조제 안쪽 바다의 수상 구조물과 함께 도시용지로 전환할 수 있다.

특히 방조제 북쪽과 남쪽 끝의 해안은 이미 두 변이 방조제와 육지로 돼 있어 삼각형의 한변을 작은 인공섬들로 잇고, 이를 작은 방조제로 연결하면 새로운 인공호수와 토지를 얻게 된다.

<그림 참조>

◇갯벌 도시=새만금 1억2천만평 중 7천만평은 바다이고 나머지 5천만평은 갯벌이다. 갯벌을 살리면서 바다와 함께 도시를 건설하려면 갯벌을 수많은 작은 토지로 만들거나 갯벌을 그냥 둔 채 건축물을 짓고 서로 연결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유리한 방안은 갯벌 위에 인프라를 장착한 인공 토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인공 토지 주위에 독립적으로 건축물을 세우는 방안이다.

베네치아가 1백40여개 섬으로 이루어진 인공 토지에 세운 도시인데 비해 새만금 갯벌도시는 인프라가 장착된 최소한의 공동 공간만 인공 토지 형식으로 만들고 모든 건축물은 갯벌과 인공토지 사이에 플러그 인 형식으로 구성한다.

이는 일반 도시와 같이 도시 인프라를 완성한 뒤 도시를 건설하는 기계적인 방식과 달리 도시의 성장과 도시 기반시설의 구축이 함께 이루어지는 유기체적인 방식이란 점에 차이가 있다.

◇하구 도시=새만금 바다 도시가 건설되면 전북 봉화산 일대는 바다 도시와 내륙 도시를 잇는 절점(切點)역할을 한다. 봉화산 일대가 새만금-호남평야 도시연합의 한 가운데에서 군산항과 서해안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군산공항과 김제공항의 방사선 상의 중심에 있도록 만들면 한반도에서 가장 우수한 인프라를 가진 도시권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다와 육지의 교차점에 있는 봉화산 일대를 하구 도시로 만들어 서해 도시 공동체를 엮는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계획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질 새만금 바다 도시에는 바다와 갯벌과 담수호·육지가 어우러진 해양·생명공학단지, 화물·정보·인간이 모이는 장터 역할을 하는 메세시티 등을 수용한다.

金교수는 새만금이 허브공항인 인천공항과 초고속정 3만t급의 크루즈와 선박이 드나드는 항만 및 경비행기 등을 통해 연결함으로써 환서해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중심 장소가 되도록 개발하는 것이 전북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역균형 발전과 갯벌 보존 등 양쪽 모두에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혜경 전문기자

hk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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