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계 회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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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 정계가 요동치고 있다.

여당인 자민당 내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를 끌어내리려는 반대파의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고이즈미 측은 국회 해산이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불사한다는 각오로 맞서고 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대표는 야권통합을 내세워 자유당과의 통합에 나섰지만 민주당 내 반발로 분당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계개편이 일본 정국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내년 정국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자민당 분열=내년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당내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와 에토·가메이(江藤·龜井)파, 호리우치(堀內)파가 본격적으로 '고이즈미 타도'에 나섰다. 이들의 숫자는 친(親)고이즈미파보다 많다.

지방의회 의원 6백50여명이 고이즈미의 '재정지출 억제형 경제정책'에 반발, 지난달 29일 결성한 일본재생개혁의원회의에는 반대파 의원 40여명이 참가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반(反)고이즈미파가 지방의원들과 연대, 고이즈미에 대한 포위망 구축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이즈미와 친밀한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은 이에 맞서 1일 "많은 사람들이 불만이라면 (고이즈미 총리는) 국회 해산·총선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맞섰다. 고이즈미 측이 국회 해산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 위기=하토야마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당수와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 즉 두 당을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하토야마의 대외 명분은 '야당 통합을 통한 정권교체'다. 그는 국회 해산을 염두에 두면서 "현재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면 야당은 패배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민주당 대표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하토야마가 갑자기 야권 통합을 주장하고 나선 데는 개인 사정도 크다. 그는 당직자 인선 과정에서 반대파의 반발을 산 데다 지난달 재·보선에서 여당에 패배한 후 당내에서 사직압력을 받아왔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day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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