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관심은 왜 생기는 것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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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인 2000년 대선 직후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2%는 "민주·공화 양당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 파운데이션'의 회장인 할스테드와 선임연구원인 린드는 이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유권자들의 표심에 주목했다.

미국은 1930년대 뉴딜 정책을 시작해 경제 발전을 이루고 중산층을 확대시켰다. 그러나 2002년 뉴딜 프로그램은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은 스스스로를 보수주의자(공화당)나 자유주의자(민주당)보다 온건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그러나 공화당은 사회보수주의자와, 민주당은 소수계층 연대·노동조합과 연합해 특정 사안에만 집착하고 있다. 그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은 유동층이 정치적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들은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양당 정책이 국민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 제도·세제·교육·의료 보장·연금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퇴직 정책은 점진적으로 민영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노동자들이 퇴직에 대비한 적금을 들고 정부는 저소득층에 보조금을 지원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을 하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저축과 투자가 아닌 소비를 계속 강조했다가는 사회를 지탱하기 힘들지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혁신적 중도주의'라고 밝히는 이 정책들은 많은 논란을 낳을 수 있다. 해당 이익집단엔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전체 미국을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에 귀기울여 한다는 이들의 주장을 우리에게 대입해 봐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정치 무관심, 노년층 확대 등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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