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척추디스크 수술이 능사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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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훈 한의원 원장

요즘 젊은 층에서도 척추디스크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디스크수술전문병원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데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한 단계인데도 수술을 하거나 수술 후 재발해 고생하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된다.

척추 MRI검사를 해보면 디스크가 튀어나와서 신경을 누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만 제거하면 간단히 해결될 것 같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왜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하는 상황이 발생된 것인지 이유를 알아야 제대로 된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디스크나 협착증은 척추관절이 약해져서 생긴 퇴행성질환이다.

척추는 우리 몸의 가장 중심이 되는 뼈대이자 기둥이다. 이것이 약해지게 되면 올바른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가 어려워져서 오래 서있거나 앉아있거나 일을 할 때 올바르고 자연스러운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자세가 나빠져서 척추가 틀어지거나 모양이 나빠지게 된다.

이것이 오래되면 정상적인 척추의 굴곡이 없어지고 막대기처럼 일자형태로 서게 되는데(기립성 척추), 심한 경우 반대로 허리가 구부정한 형태(요추후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2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 번째,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일을 하거나 생활하다 보면 척추주변의 근육이 쉽게 피로해져서 근육이 긴장되고 뭉치게 되어 허리나 목, 어깨가 자주 아프게 된다.

두 번째는 척추가 부드러운 곡선을 유지해야 체중이 모든 관절에 골고루 분산되는데, 척추가 일자로 서게 되면 끝부분에 예리한 각이 생기게 되고 그 부분에 체중이 집중되어 디스크에 과도한 압박을 받게 된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해당 디스크가 약해져 수직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점차 눌려 옆으로 조금씩 튀어나오게 된다.

그러므로 원인을 치료하려면 통증치료와 함께 약해진 디스크와 척추관절을 튼튼하게 보강하는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만약 수술을 하면 당장은 신경에 대한 압박이 없어져서 통증이 사라지지만, 그렇다고 약해진 디스크나 척추가 보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눌려지게 된다. 약 디스크나 협착이 심해서 수술을 했더라도 반드시 보강하는 치료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척추를 보강하는 치료를 통해 척추기능이 좋아지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쉬워지고, 이러한 상태가 계속 지속되면 다시 척추의 모양이 정상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 그리고 허리가 약하다고 해서 억지로 운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뼈대는 튼튼하고 근육이 약한 경우에는 처음부터 운동요법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이미 뼈대가 약해진 경우에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근력은 좋아질지 몰라도 약해진 뼈대에는 과로로 작용되어 뼈대가 더 빨리 약해지게 된다. 치료를 통해 뼈대 즉, 척추기둥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튼튼해지면 척추강화운동을 통해 근지구력을 강화해야 한다. 따라서 운동요법은 적당한 단계에 이르렀을 때 시작해야 한다.

척추 뼈대가 튼튼해지고, 척추를 움직이는 근육이 튼튼해지면 치료가 끝나게 되고 쉽게 재발하지 않으며, 혹시 무리해서 아프게 되더라도 조금만 치료하면 쉽게 회복되게 된다. 빨리 나으려고 하다 보면 제대로 원인치료를 못하고, 대중요법에 의존하기 쉽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고 근본원인을 치료해야 쉽게 재발하지 않는다.

이남훈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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