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상생방안’ 내놓은 삼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삼성전자가 16일 내놓은 상생방안은 2, 3차 협력업체에 초첨을 맞췄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에 대한 사회적 요청이 일 때마다 방안을 내놓고 실천해 왔지만 800여 1차 협력업체에 혜택이 집중되고 2, 3차 협력사는 지원의 온기를 느끼지 못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 잇따라 발표된 현대·기아자동차, LG그룹의 상생방안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사급(賜給) 제도다. 이는 원자재 값의 변동으로 인해 1차 협럭업체는 물론이고 2, 3차 협력업체가 안게 될 손실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덜어주자는 취지다. 삼성전자가 직접 원자재를 사서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원자재 값의 변동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삼성전자가 상당 부분 떠안게 된다. 현대·기아차도 자동차 부품 생산에 소요되는 철판을 일괄구매해 1차와 2, 3차 협력사에 같은 가격에 공급해 협력업체별로 가격 차등의 불이익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 확대 방안도 주목된다. 중소업체들은 납품대금을 100% 현금 결제해 주는 혜택은 물론 공동기술개발 등의 기회 때문에 1차 협력사가 되기를 원한다. 이런 기대에 부응해 삼성전자는 800개 정도인 1차 협력사의 수를 늘려나간다는 방침과 함께 2, 3차 협력사와 불공정한 거래를 하는 1차 협력사에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김준식 홍보팀장(전무)은 “협력사 간 상생이 정착되지 않고서는 삼성전자의 상생방안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생협력센터장인 박종서 전무와 조성래 상무의 보충 설명을 들어봤다.

-사급 제도를 운영하려면 원자재 공급선을 만들어야 할 텐데.

박종서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오른쪽)이 16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1조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펀드 조성 등 일곱 가지 ‘상생경영 실천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겠지만, 기본적 취지는 원자재 가격 변화로 인한 리스크 비용을 삼성전자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우선 시행하는 가전제품용 철판·레진(수지)·구리 3대 원자재에만 1조10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 걸로 예상된다.”

-추가로 1차 협력사가 될 수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되나.

“3차 협력업체까지 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차 협력사까지 국내에만 1만여 개다. 1차 협력사가 800개 정도이지만 어느 정도 더 늘릴지는 정해놓지 않았다. 1차 협력사와 연간 거래액 5억원 이상인 기업 중 품질 등의 기준에 맞다면 1차 협력사로 승격할 자격을 갖췄다.”

-1조원 상생펀드에 왜 기업은행이 참여하나.

“삼성전자가 2000억원을 출자하고 기업은행이 최대 8000억원 정도로 펀딩을 한다. 여신심사는 기업은행이 하지만 대출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가 정한다. 2004년부터 매년 2000억원 규모로 상생자금을 지원했지만 1차 협력업체만 가능했다. 법적·제도적 걸림돌도 있었다. 2, 3차 협력업체까지 지원하려면 삼성전자만의 자금과 여력으로는 부족해 외부 금융회사와 손잡은 것이다”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상생협력 방안을 많이 발표해 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됐다는 비판이 있다.

“삼성전자의 협력사와의 상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4년부터 매년 2000억원의 상생자금을 지원했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수반해 협력사와 큰 상생 틀을 다시 짠 것이다. 그 결과 협력사 수가 연간 10% 정도씩 늘고 있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