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 李 "제2 권력야합" 盧 "지역감정 종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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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주요 대선 후보들은 29일에도 전국을 종횡하며 지지세 확산에 몰두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충청·경기 남부에서 '부패정권 심판론'을 전파했고,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는 영남지역에서 노풍(盧風) 재점화에 힘썼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李후보는 이날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와 함께 지난달 별세한 부친 홍규(弘圭)옹의 묘소가 있는 예산의 선영(先塋)을 참배했다. 조상들에게 대선 출마를 알리는 고유제(告由祭)도 올렸다.

이어 李후보는 예산·아산·천안 등 장항선 벨트에서 평택·용인·수원·안양·광명 등 경기 남부지역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따라 북상했다. 그는 예산시장 유세에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이 분권형 개헌에 합의했다는데 지금이 개헌을 말할 때냐. 그 두 사람은 무너진 국가질서를 일으켜야 할 때 헌법을 고쳐 권력이나 나눠 먹으려 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또 "지난 5년간 DJP 야합이 권력 나눠 먹기로 나라를 어떤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국민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저는 개헌에 매달리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盧후보는 29일 포항·울산 등에서 유세를 하고 영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盧후보는 5백여명의 청중이 모인 포항 죽도시장 유세에서 "부산뿐 아니라 포항에서도 동남풍이 쌩쌩 불고 있다"며 "동남풍이 불면 노무현이 이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김대중 정권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인데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내가 아닌 DJ만 공격한다"며 "나라를 갈라 놓는 이런 낡은 지역감정을 극복해 우리나라를 하나로 통합시키겠다"고 말했다. "진정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후보는 한나라당 李후보"라며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세의 고삐도 바짝 조였다.

한편 盧후보는 울산 유세에서 단일화 과정에서 정몽준 대표를 공격한 데 대해 "저는 이겼으니 마음 아픈 것을 다 잊었지만 진 사람은 마음이 상했을 것"이라며 "지나친 공격이었다면 鄭대표께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제3당=민노당 권영길(權永吉)후보는 부산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무상 의료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뒤 "돈 없어도 아무 걱정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權후보는 남포동에서 거리유세를 한 뒤 경남 산청군 단성면 선영을 찾았다.

무소속 장세동(張世東)후보는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정책공약을 발표한 뒤 서울 시내 유세에 나섰다.

국민연합 이한동(李漢東)후보는 서울에서 지하철 유세를 벌였고, 사회당 김영규(金榮圭)후보는 인천 시내 곳곳을 돌며 한표를 호소했다.

서울 봉천동의 법륜사 주지스님인 국태민안호국당(약칭 호국당)의 김길수(金吉洙)후보는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갔다. 동안거란 음력 10월 보름부터 이듬해 정월 보름까지 90일간 한곳에 모여 일체의 외출을 금하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불교 행사다.

박신홍·김정하·서승욱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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