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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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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미국계 컴퓨터회사인 한국 HP의 장내순(37·테크놀로지 컨설팅팀)차장은 최근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은행용 단말기 부품을 국산화했다. 張차장이 개발한 것은 인터넷 등 네트워크 접속 장치의 하나인 PCI 카드를 대신할 수 있는 어댑터로 국내 특허까지 얻었다. 일본을 제외하고 아태지역에서 HP 현지법인 직원이 특허를 출연한 것은 처음이다. 이 덕에 한국HP는 1만여대에 달하는 국내 금융회사 납품용인 은행용 단말기의 원가를 3억원 가량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張차장은 "미국 본사도 큰 관심을 보이면서 연구비는 물론 특허 출원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무엇보다 다른 지역 법인에서도 특허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한 외국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마케팅 기법 등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성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법인 연구진들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본사나 글로벌 연구팀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미국계 에스프레소 커피판매업체인 커피빈코리아는 최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주문 IT(정보기술)시스템'을 미국 본사에 이전했다. 국내 특허까지 따낸 이 시스템은 커피를 주문하는 계산대와 주방을 전산망으로 연결, 정확하고 신속한 주문이 가능토록 한 시스템이다. 계산대에서 주문을 받는 직원이 주문과 동시에 내역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커피를 만드는 주방 안쪽에 있는 스크린에 즉시 주문 내용과 손님 이름이 뜨도록 만든 것. 이 시스템 도입으로 손님의 주문을 받은 뒤 이를 큰소리로 불러 주방에 알려야 하는 번거로움과 주문이 헷갈리는 문제를 해결했다. 박상배 사장은 "본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현재 미국 본사에서 이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전자메이커인 JVC에서 아시아지역 서비스 부문을 맡고 있는 레옹 창윙 총괄본부장은 이달 초 한국을 찾았다. 지난 8월 JVC의 한국 법인인 JVC코리아가 오픈한 '고객 상담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JVC코리아의 고객 상담실은 고객들의 불만이나 요구 사항 등이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이데구치 요시오 JVC코리아 사장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한"핫라인 시스템"이다. 엄성호 부장은 "핫라인 시스템이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자 한국 법인의 사례를 다른 아시아 지역 법인에도 알리기 위해 총괄본부장이 싱가포르에서 방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포드 코리아가 1999년 처음 시작한'서비스 마일리지'제도는 일본·홍콩·싱가포르·괌 등 아태지역 다른 법인으로 전파됐다. 서비스마일리지 프로그램은 항공사에서 하고 있는 마일리지 프로그램과 비슷한 형식이다.

정비를 받은 고객에게 서비스 청구 금액의 5%를 마일리지로 적립해 주는 제도로, 마일리지는 후에 자동차를 바꿀 때 할인 받을 수도 있고, 마일리지 별로 정해진 상품(오일 쿠폰, 각종 소모품 등)을 받을 수도 있다.

◇본사에서도 대접받는 한국 기술진=국내 법인 기술진과 엔지니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눈에 띈다.

일본에 본사를 둔 디지털복합기기 제조업체인 한국 후지제록스의 정진국(44) 이미지 입출력 개발 부장은 지난 1월 일본 본사 기술연구소로 합류했다. 鄭부장의 연구 성과와 제작 노하우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자 본사에서 모듈 개발팀 프로젝트 팀장으로 영입해간 것이다. 이처럼 鄭 부장을 포함, 현재 일본 본사로 초빙돼 기술과 신제품 개발 부문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모두 28명이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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