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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황금기는 은퇴이후 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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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자리에서 56세인 어르신을 뵈었던 적이 있다. 머리도 히끗히끗 하시고 분위기가 중후하셔서 나름대로 인사를 드린다고 해서

“이제는 인생의 후반기시니까 서서히 그 동안의 삶을 정리하시면서 쉬셔야지요?”

“뭐라고? 이 사람하고는…이사람아..내 인생의 시작은 지금부터야…황금기라고..이제는 가정에 대한 부담도 없고 정말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거라네..요즘 무얼 새롭게 배워볼까 고민하고 있는데 어찌가 행복한지..허허허..”

뒤통수로 무언가 된통 맞은 듯한 느낌이었고 얼굴이 달아올라 표정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재테크 강의를 하고 은퇴 이후의 준비에 대한 상담을 하는 필자로서도 아차 싶었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은 납득이 가지 않는 통계가 최근에 발표가 되었다.

대한민국 성인남녀가 생각하는 인생의 황금기는 ‘28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모 취업포탈 사이트에서 성인남녀 2,314명 대상으로 <내 인생의 황금기>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고 설문결과, 응답자의 20.8%가 ‘24~26세’를 인생의 황금시기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20~23세’가 20.0%였고, ▲27~29세(17.7%) ▲30~33세(15.4%) ▲34~36세(7.0%) 등의 순으로 평균 28세로 집계되었는데 그 시기를 선택한 이유(복수응답)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시기라서’가 45.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젊고 건강한 시기라서’가 30.1%였고, ▲능력을 인정받는 시기라서(24.4%)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기는 시기라서(18.0%) ▲지식을 쌓는 시기라서(13.9%)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시기라서(13.9%) ▲순수한 시기라서(13.9%) 등이었다고 한다.

실제 인생의 황금기를 경험한 응답자는 39%였다. 이들에게 그 시기가 황금기였음을 알았는지 묻자, 63.8%가 ‘그 당시엔 몰랐다. 지난 후에 알게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 이 조사에서 필자의 생각을 개진하고자 한다.첫 번째로 대한민국 성인 남녀라고 했는데 과연 2,314명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만약에 50대 이상의 성인남녀에게 물었다면 그래도 과연 결과가 28세라고 나왔을까? 일단 훨씬 연장된 나이가 답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두 번째는 28세가 가장 황금기라고 대답한 근거가 ‘뭐든지 할 수 있는 시기라서’라고 대답했다는데 이 표현에 필자는 절대 반대이다. 오히려 ‘뭐든지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고 ‘무엇이든지 준비할 수 있는 시기’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그러면 나이가 40대,50대면 뭐든지 준비를 못하는 시기인가?

만약에 해외여행을 정말 하고 싶다고 치자.20대에 할 수 있는가 아니면 어느 정도 사회적인 기반을 닦아놓고 회사에서도 일정한 지위에 있는 40대 이상이나 은퇴 이후에 가능할까?

당연히 할 수 있는 시기는 은퇴 이후가 가장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책을 쓰고 싶다고 하자.20대에 책을 쓰는 것과 인생의 연륜과 경험이 많은 은퇴 이후가 적당한가? 이쁜 집을 짓고 가족과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해도 20대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오히려 은퇴 이후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인생의 황금기라는 표현에서도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이 과연 인생의 황금기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것이다.육체적인 건강 상태나 열정을 기준으로 한다면 당연히 20대가 맞다고 생각되지만 실제 황금기의 개념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시기라는 실천가능성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면 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20대로 돌아간다면 억만금을 주고도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자면 불가능한 일이고 오히려 앞으로 남은 기간이라도 새로운 황금기를 만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육체적인 황금기를 놓쳤다면 지금 내 나이를 인정하고 현재의 나이에서 남들보다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면서 하고싶은 일을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실제의 인생의 황금기를 만들어야 한다.

50대 중반이신 분이 향후 남은 수명을 40년 이상 잡고 계신 모습을 보면서 필자 역시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해보자.그때로 돌아갔으면…아니 10년 전이라도..아니 5년 아니 1년 전이라도 돌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늘 생각한다. 그런데 바로 그 1년 전은 정말 얼마전의 일이었고 앞으로 바로 얼마후에 우리들은 지금으로 돌아가려고 또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 별세하신 유명인 몇 분의 예를 들어보자. 얼마전에 별세하신 국내 희극계의 거목이셨던 배삼룡 선생님은 1926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셨다. 2010년 2월에 돌아가셨으니 대략 향년 84세로 돌아가셨다. 또 같은 희극계의 원로이신 백남봉 선생님은 1939년 전라북도 진안출생이시다.이분께서도 2010년 7월 29일에 돌아가셨으니 향년 72세로 돌아가신 것이다. 우리나라 패션계를 세계로 널리 떨치신 앙드레김 선생님도 1935년 8월 24일 경기도 고양출생이시라고 한다. 2010년 8월 12일에 돌아가셨으니 향년 75세로 돌아가셨다.

대략 위의 세 분의 예를 들더라도 이분들이 과연 50대 중반에 집안에 틀어밖혀서 쉬셨던 분들이었을까? 오히려 인생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셨고 많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셨던 분들인 것이다.

필자는 불과 1년 전쯤 전에 백남봉 선생님과 함께 TV 방송에도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다.대기실에서 다른분들과의 분위기를 위해서 70세가 넘으셨는데도 익살을 부리시면서 분위기를 리드하시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결론적으로 필자의 생각은 진정한 인생의 황금기는 어느정도 체력도 되고 연륜과 경험이 축적된 그래서 남들에게 쉽게 사기도 안당하고 사람을 다룰 줄 알게 되는 시기, 바로 50대 중반 이후의 은퇴시기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50대 중반에서 60대 중후반이 우리 인생의 황금기 일수 있다는 것이다.

자 여러분들의 나이는 지금 몇 살인가? 그리고 인생의 황금기까지 몇 년이나 남았는가? 오늘 내 인생의 황금기에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해보고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잡고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서기수 칼럼니스트